정치적 소비와 정치적 참여는 다르다

김재연
김재연 인증된 계정 · 사회과학자, 데이터 과학자
2024/01/12
정치적 소비와 정치적 참여는 다르다

민주주의와 프로 스포츠는 닮은 점이 많다. 민주주의는 정당이 권력 경쟁을 하는 제도다. 민주주의 없는 선거는 가능하나 선거 없는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여기서 핵심은 선거가 경쟁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한 정당이 계속 이기는 게임을 한다면 그런 정치 시스템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하지만 이 스포츠 비유는 한계가 있다. 민주주의의 주인인 시민은 이 경기의 관객이 아니라 주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적 소비와 정치적 참여는 다르다.

키보드 워리어는 온라인 게시판에서 댓글로 다른 사람과 싸우는 사람이다. 이젠 이런 사람들을 온라인 게시판뿐 아니라 유튜브, 심지어 인스타그램에서도 흔하게 본다. 이건 정치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정치와 무관한 콘텐츠에서도 정치적 성향을 띈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많다.

인터넷, 소셜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정치 콘텐츠를 소비하는 건 쉬워졌다. 예전에는 정치 뉴스를 보려면 특정 시간에 티비 시청을 해야 했다. 이젠 그런 제약이 없다.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24시간, 어느 장소에서나 정치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가능하다. 가족, 친구, 혹은 동료와 정치적 논쟁을 하는 것이 어렵다면, 신문사, 유튜브, 인스타그램 댓글창에서 온라인 배틀을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 정치가 취미인 사람에게 오늘날만큼 좋은 시절도 드물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콘텐츠 소비와 정치에 대한 참여는 본질이 다르다. 많은 정치적 뉴스가 정치인의 신변잡기에 관한 것이다. 영부인의 패션 감각을 아는 것과 청와대의 정책 기조를 아는 것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온라인 뉴스 소비, 댓글 토론도 마찬가지다. 내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정치 콘텐츠만 소비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남의 말은 듣지도 않는 토론은 내가 이미 믿고 있는 것이 옳다는 확증 편향을 강화할 뿐이다.

나아가, 이렇게 정치적 자기 표현의 욕구를 만족한 사람들은 실제로 필요할 때 집단 행동을 하지 않는다. 이미 자기 표현의 욕구가 만족됐기 때문이다. 선거 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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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스홉킨스 SNF 아고라 연구소 연구과학자. 미국의 대표적 시빅 테크 단체인 코드 포 아메리카(Code for America)에서 데이터 과학자로 일했다. <우리에게는 다른 데이터가 필요하다 (세종서적 2023)>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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