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부당한 구조를 통찰력 있게 제시했다. 평소에 쉽게 느껴온 것뿐만 아니라, 미처 자각하지 못한 것까지 꼼꼼히 드러냈다.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부당함의 깊이와 너비를 실감했다. 사회 체제라는 건 이렇게 소리소문 없이 흡수되고 수용되는 거였다.
다만, 우리가 공통적으로 느꼈던 아쉬운 점은 구체적인 대안이 부재했다는 점이다. 공감할 만한, 그리고 깨달을 만한 문제점들은 구체적으로 서술했지만,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혼란에 대한 답을 찾고자 책을 들었지만, 달라진 게 없었다. 저자가 지리학자인 만큼 연구와 실무를 통한 힌트를 얻을 수 있길 기대했기 때문에 대안의 부재가 유독 허전했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강점을 꼽자면, 스스로에 대한 객관화다. 저자가 북미 국가에서 백인으로서 살아간 덕분에 얻은 안전과 편리는 분명했다.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 또한 공감할 만한 내용이었다. 평소에 뚜렷하게 떠올리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막연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