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미래를 위한 징비록(11) 2부. 성역에 눈 뜨다] 05. 허울뿐인 위원회 공화국

홍종학 인증된 계정 ·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전 국회의원
2023/10/05
05. 허울뿐인 위원회 공화국
   
국정운영에 있어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참여 정부는 개혁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목표와 실천 방향은 명확하지 않았다. 그래도 대통령이 파격적인 모습을 계속 보이고 시민사회 출신들이 대통령실에 많이 참여하면서 사회 전반은 큰 기대에 들 뜬 모습이었다. 
   
정부의 운영은 관료들에게 맡겼지만 관료들도 정권 핵심부의 의도를 알기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2004년 경 뜬금없이 당시 L 경제부총리가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L 장관은 외환위기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을 맡아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했으며 이후 재정경제부 장관을 역임했다가 참여정부에서 다시 임명된 그야말로 백전노장의 관료였다. 
   
약속 장소에 가니 나 뿐 아니라 당시 경제분야에서 개혁적이라고 알려진 시민사회 인물들이 함께 있었다. 특별한 의제도 없이 와인을 마시면서 서로 얼굴을 익히는 정도의 만남이었다. 정부 고위 관료와 만나 경제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했던 나는 다소 당황했다. 분위기를 보니 참모들이 부총리에게 시민사회 사람들을 만날 것을 건의한 것으로 보이고, 노회한 부총리는 그런 건의를 수용한 것 같았다. 관료들이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시민사회 인사들과의 마찰을 사전에 대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적대적일 수 있는 인사들과 만찬을 하는 정치적인 모임에 처음 참석한 셈이었다. 씁쓸하기 짝이 없는 모임이었다. 
   
관료들 뿐 아니라 방송 관계자들과 만나는 횟수도 늘어났다. 나는 적극적으로 언론의 취재에 응했다. 기자들이 내용을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시민단체 활동을 한다는 것은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고, 언론에서 보도해 줄 때 대중에게 문제의 중요성을 알리는 효과가 컸다. 학교 연구실로 찾아온 기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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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교수 출신으로 경실련에서 활동했고,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을 맡았다. 민주당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진출했고, 문재인 대선 캠프 정책본부장으로 공약 작성을 주관했으며,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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