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갈아 가며 떠나기 - 무라카미 하루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세월이 흐르고, 작가로서 경험을 쌓아가며 나이가 들면서, 그것으로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라는 미완성 작품에 - 혹은 작품의 미숙성에- 적절한 결말을 냈다고는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도 한 가지 대응이긴 했지만, 다른 형태의 대응이 또 있어도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덮어쓰기'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병립하는, 가능하면 상호 보완적인 작품이."(p.765)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예전에 읽었다. 주인공은 어딘지 기묘하게 떨어져 있지만 연결돼 있는 두 세계를 경험하고, 일각수 혹은 단각수, 외뿔 달린 황금색 동물, 들이 다니는 도시에서 일각수의 꿈을 읽는 이였다. 하루키 작가의 작품 세계를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로 입문한 독자로서,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는 사뭇 달랐다. <<상실의 시대>>보다 미스테리하고 환상적인, 한편 독자에게 끊임없이 추리를 하게 만드는 작품 분위기에 놀랐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 출간되고 베스트셀러 올해의 책에 올랐다. 작가가 1980년에 쓴 중단편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모티브로 하였다. 그리고 이미 1985년 즈음<<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가 해당 중단편을 장편화한 소설임을 알았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작가가 작품을 쓰고도 "목에 걸린 생선 가시"(p.766)처럼 여겨졌던 못다한 세계를 2022년 일흔의 원로 작가가 되어 또 하나의 장편으로 냈다. 작가 후기처럼 병립 가능하고 상호 보완적인 작품으로. 하루키스트부터 일반 독자까지 눈길을 사로잡을 만했다.
"네가 나에게 그 도시를 알려주었다."(p.11) 소설은 시작한다. 주인공 '나'는 17세로 고등학교 에세이 대회 시상식에서 16살의 "너',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