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형우
서형우 · MZ문인
2024/06/30
● 멕페란 사건의 배경: 의료제도의 구조적 모순
   
어려서부터 듣고 자라온 말이었기에 철썩같이 믿어온 말이 있습니다. 한국의 의료보험 제도는 정말 훌륭하다. 전 세계 사람들이 다 부러워할 만한 제도다. 어려서부터 모두들 그렇게 이야기를 해왔기에 그것이 당연히 맞는 말이라고만 생각해왔습니다.
   
대학원 시절 가장 친했던 동기 형이 의사였습니다. 그 형은 대한민국의 의료의 수가 제도가 결국에는 의사들이 비급여 항목 개발을 유도하게 하는 등의 부작용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의사들 입장에서는 그럴만한 유인도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환자 입장에서는 저렴하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으니 허점이 있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총선 국면에서 한국정치에 관해서 얼룩소에 글을 쓰다가, 의료담화문을 듣고 충격에 빠졌습니다. 한 나라의 정치지도자가 어떻게 일을 이렇게 처리할 수가 있지?... 모두 힘들어하는 상황인데 왜 이렇게 뻔뻔하게 자신의 결정이 타당함을 설명하는 데 오랜 시간을 들이고 있는 것일까?... 곧바로 비판문 작성을 준비했습니다. 비판문 작성을 준비하면서 한국의 의료제도 자체가 구조적 모순 속에서 계속 외형만 그럴싸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가장 핵심이 되는 모순은 검사만능주의에 빠진 의료와 진찰료 수가만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병원 시스템입니다.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혼합 진료 모델입니다. 의료시스템을 만들 당시 정부는 돈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공공의료 시스템을 만들면서 병원과 의사를 전부 공중보건 시스템에 봉사하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의사들에게는 당연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를 위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첫째는 비급여 항목입니다. 감기에 비타민D와 같이 부수적인 치료를 할 수 있게 허용해줌으로써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행위별 수가제를 통해 의사가 하는 행위 하나하나를 모두 다 수익으로 만들 수 있게 해주었고, 여러번 방문하면 여러번 수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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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은 정당한 것을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동체 구성원 대다수가 동의할 정당한 것을 MZ의 감성으로 풀며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어내는 일에 관심있습니다. 개개인들의 사적인 경험들이 사회의 공론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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