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2024/08/30
당신의 일상은 어떤가요?
제 주위 사람들에게 가끔 던지는 질문입니다. 제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대답하기는 영 시원찮습니다.
김창완 씨의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라는 책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저는 거의 매일 동그라미를 그립니다. 라디오 오프닝 멘트를 읽고 나면 원고 뒷면에 그리지요. 제법 그럴듯한 원이 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찌그러진 동그라미입니다. 그럼 종이도 아깝고 하니 몇 번 더 그리고 다른 이면지에 또 그려요. 정말 수도 없이 그리는데 단 한 번도 흡족한 동그라미가 그려진 적이 없습니다. 가끔 스태프나 기술 팀 막내한테 보여줘요. 그럼 다들 “와~ 진짜 똥그래요.” 하면서 환호해 줍니다. 그게 격려라는 걸 잘 알지요. 그래서 더 완벽한 동그라미에 도전하는 계기로 삼습니다. 제가 그렇게 수없이 찌그러진 동그라미를 그리며 배우는 게 많습니다.
우선은 완벽에 관한 환상과 실제가 이렇게 차이가 크구나 하는 거예요. 오늘 또 재수 떼기 하듯 동그라미를 그려볼 거예요. 또 찌그러져 있겠지요. 저의 하루를 닮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실망할 것도 없지요.
회사 생활이란 것도 47일 근무 중에 이틀이 동그라면 동그란 것입니다.
너무 매일매일에 집착하지 마십시오. 그렇다고 동그라미를 네모라고 하겠습니까, 세모라고 하겠습니까? 그저 다 찌그러진 동그라미들입니다.
자,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당신의 일상은 동그란가요?
이제 그나마 대답하기 수월해졌습니다. 제 답변을 먼저 말하자면, '네!'입니다. 아, 그런데 이 말이 빠졌군요.
'동그랗긴 해요. 근데 어설프게 동그래요.'
일 때문입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 사이의 괴리감. 그마저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는 '해야만 하는 일'. 스스로를 절벽으로 한 발짝씩 밀어내는 중이죠. 이육사 시인의 말마따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는 '서릿발 칼날 위에 서' 있는 기분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