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된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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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review · 연구원 칼럼리스트
2024/09/13
출처 : unsplash
“아이고 마늘 다 썩겠네.” 봄에 비가 많이 내리면 혼자 중얼거리던 말입니다. 마늘은 제가 나고 자란 고향의 대표 작물입니다. 저희 부모님은 마늘 농사를 짓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장마철이 되기 전 폭우가 쏟아지면 꼭 저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웃의 근심이 전이돼 당신들의 근심이 되었던 모양이지요. 마늘에 특별한 이해관계나 감정이 없던 저에게도 이상하게 그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예전에 저도 봄에 비가 많이 오면 ‘감각적으로’ 마늘밭을 걱정했다는 것을요. 그런데 그 감각이 점점 옅어져서, 시나브로 마늘밭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도요.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은 학습으로 배우고 머리로 외워서 얻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현재 어디에 위치해 있고, 다른 곳(혹은 다른 집단)과 얼마나 멀리 오랫동안 떨어져 있는지에 따라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튀어나오는 입버릇 같은 게 아닐까요? 어떠한 장면을 보거나 상황을 듣고 고개는 끄덕여지지만 가슴에는 파장이 없다면 사실은 그 대상과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없는 거겠죠. 그런 경우에는 아무리 위장하고 연출하려 해도 어디선가 티가 나게 마련입니다.

물론 모두가 모두에게 연결된 감각을 지닐 순 없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단절되어 있는 스스로를 속이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느새 마늘밭에 무감각해진 제가 깨달았듯, ‘단절 감각’이라도 자각해야 그나마 공감의 출발선상에 정직하게 설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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