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기를 버릴 수도 없고

소선장
소선장 · 이것저것 떠오르는 대로 씁니다.
2022/12/03
청소를 하다가 청소기 바닥에 이미 눌어붙은 먼지덩어리가 가득해서 먼지로 먼지를 닦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청소기 밑 휠에 끼인 먼지를 제거하려고 보니 대부분이 머리카락이라서 이미 휠과 한 몸이 된 채였다. 나는 칼을 가져와서 잘라냈는데 아무리 잘라도 한 번에 뜯기지도 않고 휠을 여러번 돌려가며 계속해서 칼을 긋고 그 동안 풀풀 피어오르는 먼지는 다 마시고 뭐 그런 작업을 했다. 
세상일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했다. 어느 부분의 더러움을 도려내려고 하면 엉킨 다른 부분에서 더러움이 튀어나오고 결국 그것도 잘라내려고 하면 나도 더러워지고. 그래도 당장 청소는 해야하는데 청소기를 버릴 수도 없고. 
요즘에 계속 생각하는 화두 중 하나가 우리는 언제까지 성장할 수 있는가이다. 정확히는 우리는 꼭 성장해야할까이다. 언제까지 성장해야할까? 그러니까 인류는 언제까지고 성장만을 좇을 수 있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의 수명을 깎아가면서까지 우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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