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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통화정책
소비자물가 11월 업데이트: 물가는 아직 안 잡혔다
2022/11/02
핵심요약
- 10월 물가상승률은 5.7%(전년동월비). 다시 오르는 추세다.
- 대부분 지표는 물가가 아직 안 잡혔단 의미로 읽힌다.
- 미국 연준이 내일 기준금리를 4%까지 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은도 따라 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
전체 동향: 꺾인 줄 알았는데 다시 오른다
통계청이 11월 2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지수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7% 올랐다. 지난달에 비하면 0.3% 올랐다. 꺾인 줄 알았는데 다시 반등했다. 전체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53%) 서비스 물가가 계속 오른 탓이 커 보인다. 농식품이나 에너지가 아니라 우리가 돈을 내고 구매하거나 이용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전체적으로 오르고 있단 뜻이다.
인플레이션이 경제 전반에 퍼져있다
다른 물가 지표들도 그리 좋지 않다. 가격 변동폭이 큰 농산물 및 석유류 제품을 제외한 물가 지수인 근원물가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에서 집계하는 소비자물가 중위값 집계 방법론을 적용해 뽑은 한국의 소비자물가 중위값도 계속 오르고 있다. 두 지표 모두 인플레이션이 경제에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지 가늠할 때 본다. 두 지표 모두 전체 물가보다 더 빨리 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이 경제에 얼마나 퍼져있는 걸까. 아주 정확히 그걸 알 수 있는 척도는 없다. 하지만 대강 짐작을 해볼 순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458개 품목 중에 1년 간 상승률이 5%를 넘는 것만 추려봤다. 작년 초에는 그 비중이 20% 미만이지만 계속 늘어났다. 이제 50%를 넘겼다. 우리가 평소 소비하는 상품과 서비스 물가 중 5% 넘게 오른 게 절반을 넘었단 뜻이다. 즉, 그만큼 경제 전반에 고물가가 뿌리내리는 중이란 거다. 좋지 않은 신호다. 참고로 5% 넘게 오른 품목의 비중이 절반을 넘긴 건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서비스 및 외식 물가: 계속 상승 중
소비자물가지수엔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포함돼 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서비스 물가가 전체의 절반 이상이다. 그 서비스 물가 중에서도 전체 물가 동향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외식 물가다. 외식 물가에는 각종 식재료 가격은 물론, 수도와 전기 등 광열비, 임대료에 더해 인건비까지 반영된다. 소비자물가의 전체적인 구성과 얼추 비슷하다. 우리 피부에 와닿는 물가이기도 하다. 이 외식물가 역시 내려올 줄을 모르고 있다.
임금-물가 동반상승
높은 인플레이션이 경제 전반에 자리잡으면 구조적 현상이 될 위험이 있다. 물가가 높으니 노동자들은 임금을 높여달라고 할 이유가 생긴다. 임금이 높아지면 기업 입장에선 그렇게 오른 비용만큼 또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높여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 이렇게 임금과 물가가 주거니 받거니 오르는 걸 '임금-물가 동반 상승(wage-price spiral)’ 현상이라고 한다. 물가 안정을 책임지는 중앙은행이 가장 무서워하는 현상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현상의 단초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임금인상률이 계속 오르고 있다. 특히 중요한 건 상용직(1년 이상 고용계약을 맺은 일자리)의 정액급여 상승률이다. 초과수당이나 각종 상여금 등 특별수당과 달리 정액급여는 임금 자체가 올랐다는 뜻. 아래 그래프를 보면 임금이 먼저 오르고 그 뒤를 좇아 근원물가가 올라오는 형국이다. 특히 인건비 비중이 높은 서비스 부문의 물가가 오르는게 근원물가 상승세를 주도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비스직 임금과 서비스 물가가 서로 주고받으며 동반 상승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