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열국지_1.프롤로그: 치킨집은 퇴직을 안고
자영업 열국지_1. 프롤로그
치킨집은 퇴직을 안고
“언제 밥 한 번 먹자” 라는 말이 있죠. 영구히 이루어지지 않을 일을 비유적으로 설명하는 가장 좋은 관용구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 인간은 태어난 죄로 하루 두세 끼 밥을 먹어야 하죠. 가족을 나타내는 식구(食口)를 말풀이해 보면 같은 집에서 살며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런 만큼 우리 민족은 밥을 먹는 데 진심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모든 밥을 직접 해먹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우리는 매년 배달의 민족에 갖다 바친 카드값을 보면서 ‘다시는 이러지 않아야지’ 하고 양적 긴축을 다짐합니다. ㈜우아한형제들 명의로 18,000원, 20,000원씩 찍힌 카드값을 다 모으면 2015년식 BMW 320d를 한 대 살 수 있었던 것을 목격하고는 더욱 그런 결심이 강해집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한 달 15만 원 식비로 버티는 법”을 열심히 검색해 스크랩, 뭐라도 이룬 것 같은 뿌듯함을 느끼죠. 오픈마켓에서 돼지 사태 1kg을 사서 어쩌구 저쩌구, 계란이랑 밀가루 어쩌구 저쩌구.
뭐, 대개의 경우 우리는 그 다음 날 퇴근하고 와서 밥통에 밥을 얹고, 재료를 정성스럽게 소분한 후 레시피를 다시 읽어보는 수고로운 짓을 하느니 다시 배달의 민족 어플을 켜서 오늘은 뭘 먹을까? 검색하게 됩니다. 의지 박약이 아니라 이게 정상입니다. 현실적으로, 밥을 해먹는다는 모든 과정은 너무나 귀찮습니다.
우리와 주변인들의 경험을 되살려 보면, 못 해도 경제 활동을 하는 한국인들 중 대충 반 정도의 사람이 하루에 한 끼 정도는 사먹는다고 가정할 수 있겠죠. 그런 경우 하루에 2,500만끼, 한 달이면 무려 7.5억 끼를 사 먹는 것입니다. 대략적으로 외식 평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