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류한 고래는 죽을 수밖에
2023/02/11
영화 <리바이어던> 리뷰
한적한 바닷가 마을. ‘콜랴’는 아내, 아들과 함께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실은 최근 들어는 평범치 못하다. 지역 유력자인 ‘바딤’ 시장이 그의 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별장을 지으려 혈안이 되어있다. 소유권 분쟁에서 승세를 잡고자 콜랴의 변호사 친구 ‘디마’까지 힘을 모았지만, 어림도 없다. 사법체제까지 모조리 시장과 한통속이기 때문이다. 이에 디마는 연방 수사위원회에서 얻은 시장의 비리를 이용해 협상을 도모하기로 한다.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의 2014년 작 <리바이어던>이 명료하게 다가왔다면 그것은 필히 제목 덕택이리라. 국가권력의 횡포 앞에서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 한 남자의 이야기에서 개인과 국가의 역학관계를 규명한 고전의 연상은 낯설지 않다.
진화의 비가역성
홉스는 국가에 대한 비유로써 리바이어던을 끌어 썼다. 이 영화 역시 국가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한 구체적인 대상으로써 리바이어던을 가져온다. 영화 후반의 한 꼭지를 장식하는 해변의 고래 뼈가 그것이다. 하필 고래를 쓴 다양한 이유가 있을 터다. 성경 속 리바이어던의 실체를 두고 쏟아지는 추측들이라든지, 바닷가를 배경으로 둔 영화의 공간적 특성 같은. 그중 아마도 가장 유력한 것은 고래의 종 특이성으로 보인다.
익히 알려진 대로 고래는 본래 육지 생물이었다. 지금의 고래 종은 반수생 생물이던 그 선조가 수중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진화한 형태다(영화 초반, 콜랴의 친구는 진화론에 대해 짧게 언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