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썰 - 정리해고의 갤럭시

채지영
채지영 · 이벤트 기획사 팀장, 작가지망생
2021/11/01
이벤트 회사는 이직이 잦고 정리해고도 흔하다.
내게 있었던 한 가지 사례로 독자들이 그 분위기를 조금 이나마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끔  전달해 보고 싶다.
 
2013년 봄, 나는 한 삼성그룹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직 이건희 회장이 살아 있을 때인데, 행사의 개요는 이러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정한 핵심 사업부서들이 강연과 전시를 준비한다.
그럼 삼성 계열사에서 또 선정된 미래를 이끌만한 우수 직원들'만' 와서 그 강연을 듣고 전시를 보는 거였다.
 
이 행사의 대행사인 제일기획은 자신들의 고객사인 삼성전자, 생명,화재,SDI,SDS 등이 한자리에 모두 모이는 거라 매우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다.
행사장인 삼성 이노베이션 뮤지움은, 당시 아직 완공이 안되어 출입인원 사전 등록이 필요했던 공간이라, 이들을 위해 홈페이지도 만들고, 전용 콜센터 까지 만들었다.

이 콜센터를 위해 나는 KT의 단기전화 상품을 신청했다.
이 상품은 단기간 좋은 번호를 받아서 전화 요금만 내고 쓰는 상품으로 계약 기간이 끝나면 전화번호가 없어지는 행사용 상품이었다. 전화번호는 행사 기간 이었다. 
 
그리고 당시 우리 부서에 있는 작은 골방 같은 창고에 아르바이트생 둘을 고용해서 전화 수신 / 참가자 리마인드 tm 업무를 시켰다.
이 둘이 앉고 노트북 두고 전화 두면 꽉 차는 창고 같은 곳이라 일하는 환경이 좋진 않았는데, 당시 사무실에 자리를 둘 데가 마땅히 없었다. 이 아르바이트 생이야 어차피 단기간 일하는 거여서 크게 불만을 보이진 않았다. 그렇게 2주 정도 시간이 지났다.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의 실적은 부진했고, 회사에서는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실적이 나쁜 부서가 정리되고 부서원 들이 다른 부서로 편입되었다.
하지만, 그 부서의 임원 들은 갈 곳이 없었다. 보통 이러면 알아서 나가야 하는데, 갈 곳이 없었던 이 임원 둘이 버티자, 회사는 전출이라는 명목으로 아무 의미 없는 부서를 하나 만들고는 이 둘을 서류 상으로는 비어 있던 우리 부서의 그 창고, 저 알바 둘이 전화만 받고 있기도 비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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