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을 철들이다

김형찬
2023/06/29
“아빠, 상추하고 쑥갓하고 치커리 모두 함께 싸줄게요.”
   
본가에서 보내온 쌈채소와 동네 가게에서 사온 삼겹살로 저녁을 먹는데, 딸아이가 자기가 싸주면 더 맛있다면서 쌈을 싸준다. 이만큼 커서도 쌈을 싸주는 것에 대한 감사와 함께, ‘전에는 그렇게 먹이려고 노력해도 조금 먹고 말거나 맛이 없다고 뱉어내던 상추나 쑥갓과 같은 채소를 잘 먹게 되었구나.’ 하고 생각한다. 
   
아이가 이렇게 변하기 시작한 것은 어릴 적 텃밭을 가꾼 이후부터였던 것 같다.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보여주고 흙과 친해지게 해줄 요량으로 시작했는데, 모기에 물리고 개미를 쫓으면서도 열심히 가꿨고, 그즈음부터 아이의 입맛도 변하기 시작했다. 모종을 심고, 물을 주고, 지주를 세워주고, 자기가 키운 채소들로 밥상을 채우면서, 아이의 마음에 뭔가 알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고 믿고 있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sosari1086님의 이미지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거나 편식을 해서 고민이라는 걱정을 듣는 경우가 있다. 감기를 앓고 난 것처럼, 병에 걸렸다 나은 후에 몸이 약해지고 위장기능이 떨어져서 일시적으로 생긴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음식을 먹는 습관 때문인 경우가 더 많다. 
   
뭔가는 먹여야겠고, 잘 먹지 않는 아이에게 입에 맞는 음식만 먹이다 보니 식성이 그렇게 굳어져 버린 것이다. 가공된 맛에 길들여지고, 좋아하는 음식만 먹다 보면, 칼로리는 채울 수 있지만, 좋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영양을 충분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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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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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환자를 돌보면서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현대인의 건강에 대해 고민합니다. 건강의 핵심은 일상생활에 있고, 그 중심에 몸과 정신의 움직임 그리고 음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한의학이란 주제로 지속 가능한 건강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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