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은 끝나도 인생은 끝날 수 없다

백승권
백승권 인증된 계정 · Writer & Copywriter
2024/03/05


발버둥 치는 삶은 가엾다. 하여 모두가 가엾다. 우리 중 소수만 깨달음에 도달한다. 그렇게 전해진다. 실제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좋은 지점은 늘 소수의 몫이라고. 운이 좋았죠...라는 소감은 더 이상 믿지 않는다. 현재 기준의 성공의 소감을 운이라고 전하는 이들에게 운만큼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 단어도 드물다. 궁금하지만 궁금하지 않다. 성공, 원하지만 그게 뭔지 모르겠다. 생각이 많은 자들에게 주어지지 않는 상이라면 성공은 아마도 영원히 내 이름과 같은 문장에서 언급되지 않을 거라는 미리 겪는 작은 서운함 뿐. 아무리 찾아도 모르겠고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아서 소심한 여럿 더 안달 나게 할 뿐. 이제는 영영 채워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조금이라도 맘 편하려고 그렇게 결론 내렸다. 그렇게 살고 있다. 당신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미생이 끝났다. 내 미생 말고. 윤태호 작가가 그리는 장그래의 회사 이야기. 임시완, 이성민, 변요한, 강하늘, 강소라 주조연의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여전히 대사와 밈이 떠도는 작품. 허영만의 비트를 김성수 감독의 정우성 주연 영화보다 먼저 기억하는 것처럼 미생 또한 원작의 깊이와 너비는 2차 콘텐츠와 비견되기 힘들다. 무엇보다 최종에 이르기까지 창작자가 등장시키고 역할을 부여하고 소멸한 조연과 단역들의 존재감이 세세히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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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writer. Author. 『저항 금기 해방-여성영화에 대하여』, 『너의 시체라도 발견했으면 좋겠어』, 『도로시 사전』, 『광고회사를 떠나며』, 『저녁이 없는 삶』 등을 썼다.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sk02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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