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여자들기록팀] 작고 느린 것의 가치를 믿어요 -2
2023/09/07
작고 느린 것의 가치를 믿어요
:포항 달팽이책방 미현의 이야기
글쓴이 : 히니
노동조합 활동가로, 여성청년독서모임 운영자로 지냈다. 평생 할 수 있는 활동을 찾다가 덜컥 고향 포항에서 수제디저트 카페 겸 독립서점을 열었다. 활동에 있어서 앞으로 더 배울 것 만큼이나 해야 할 일도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 중에서도 할 수 있는 최선은 글쓰기라 믿는다.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요?
7년 전 즈음 달팽이책방이 있는 골목이 효리단길로 불리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건물주도 골목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골목을 오랫동안 지켜왔던 작은 상점들이 사라지고 새 건물이 들어섰다. 새로운 공간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효리단길은 그야말로 핫플레이스였다. 자본의 흐름을 타고 효자동의 임대료는 터무니없이 치솟았다. 건물주가 바뀔 때마다, 재계약을 할 때마다 책방 월세도 올랐다.
“매일 불안했어요. 그냥 숨고 싶더라고요. 부모님 집에 같이 살 때는 퇴근하고 나서도 숨을 곳이 없었죠. 하루 종일 일했는데도 책을 한 권밖에 못 팔고 집에 돌아온 날에 특히 그랬어요. 내가 너무 쓸모없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자존감도 뚝뚝 떨어지는 것 같고요.”
효자동 거리가 변하면서 달팽이책방이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는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갔고, 자연스럽게 책방의 경제적 기대 가치가 달라졌다. 미현이 가치를 생산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책방에는 미현이 운영해 온 시간 동안 분명 쌓이는 가치가 있었다. 단지 그것은 돈이 되지 않을 뿐이었다.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돈이 아닌 것은 평가 기준이 되지 못했다. 책방과 책방이 있는 거리가 원하는 가치가 충돌하면서 미현은 괴로웠다.
“돈을 많이 벌 생각도 없었고, 서가 구성도 상업적이지 않게 해놓고 정작 나를 평가할 때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왜 나는 돈을 이것밖에 못 벌지? 결혼할 생각도 없으면서 왜 나는 결혼을 못 했지? 이런 식으로요. 비주류의 가치가 소중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주류의 기준으...
각자의 위치에서 싸워온 (여)성들의 ‘싸움’을 여러 각도에서 담아 세상에 전하고자 모인 프로젝트 팀입니다. 여덟 명의 필자가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