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성경 단편소설 (1) "가서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 (요한복음 7:53-8:11)
2023/09/16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데리고 온 여성은 이미 얼굴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성전까지 끌려오면서 온갖 욕과 조롱을 당한 듯했다. 불륜을 저지르다 현장에서 붙잡혔음에도, 남자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여자만 끌고 온 데서 그들의 간교함을 엿볼 수 있었다. 간음죄를 범하는 남성은 ‘능력자’로, 동일한 죄를 범한 여성은 ‘걸레’로 보는 비뚤어진 인식이 그 시절에도 있었을지 모른다.
“모세가 우리에게 준 율법에는 이런 여자를 돌로 쳐 죽이라고 명령하고 있소만. 예수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오?”
이 질문이야말로 종교지도자들이 율법을 얼마나 멸시하는지 극명하게 드러내보이는, 모순적이고도 어리석은 함정이었다. 차라리 무지한 문자주의자들이었다면 예수에게 끌고 올 필요도 없이 그녀를 현장에서 ‘즉결처형’했을 것이다. 하지만 야합을 이룬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은 일부러 처형의 시기를 늦췄다. 그들은 율법의 판단과 이행을 예수를 무너뜨리기 위한 함정으로, 즉 자신들의 도구로 사유화한 것이다.
이것은 그들이 율법조차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오용하는 자들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증거였다. 그들에게 율법을 준 하나님이신 예수는 잠시 입가가 씁쓸해졌다. 예수는 그들의 질문에 답하는 대신 몸을 굽혀 쭈구려 앉으셨다. 그리곤 땅바닥에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저 양반 대체 뭐하는 거야?’
‘또 무슨 이상한 짓거릴 하는 거지?’
상대적으로 가까이에 있던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예수가 땅에 쓰고 있는 내용이 다름 아닌 ‘십계명’임을 알아보았다. 자신들이 목숨처럼 붙들고 살아가는 바로 그 율법이었다. 우리를 우습게 여기는 것인가! 그들은 더욱 다그쳐 예수를 몰아붙였다. 대답해보시오. 율법이 말씀하는 대로 저 여...
저서 - 『지금 우리가 갈라디아서를 읽는 이유』 (두란노)
성서학과 성서해석학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부산에 소재한 광야교회의 목사로 사는 사람이다.
성서(성경) 이야기들에 시덥잖은 상상력을 가미한 소설을 쓰는 게 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