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퀴어문화란 무엇인가
『퀴어 코리아』는 2013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2020년까지 7년 가까이 숙성된 끝에 미국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이 책에 수록된 아홉 편의 논문은 인류학, 문화연구, 문학, 영화학 등 각자 분야에 정통한 연구자가 쓴 것이다. 그만큼 주제도 다양하다. 1부에서는 샤머니즘, 이상의 작품 속 퀴어 시간성, 연애 담론, 식민 전시체제 아래의 여성의 동성연애, 박정희 체제 아래서의 젠더 코미디 영화의 검열, 대중잡지에서의 퀴어의 스캔들화를 다룬다. 2부에서는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의 게이 하위문화의 형성, 생존주의 시대의 젊은 퀴어 여성의 비가시성, 주민등록과 트렌스젠더 문제를 다룬다. 책에 적혀있듯이 선집에 참여한 연구자의 정체성도 다양하다. 또한 여섯 편의 논문에 제시되는 각자 다른 퀴어 연구 방법론은 미래의 퀴어 연구자가 참고하기에 적당하다. 비록 외국인의 시선으로 쓰인 것이라 한들 한국의 여러 문제적 상황과 그것을 촉발한 여러 지정학적 조건을 고려하려는 윤리적인 시선 아래서 쓰이고 있다. 한동안 이 책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념비적인 책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 서평을 쓰는 일이 멋쩍고 부담스러운 것도 이 책의 무게감 때문이다.
사실 이 책에 흥미를 느낀 것은 이 책의 문제 설정에 의해서다. 이 책의 편저자 토드 A.헨리가 서문에서 밝히듯이 이 책은 지금 한국의 여러 문제적 상황을 전제하고 있다. 2013년 영화감독 김조광수와 그의 연인 김승현의 공개 결혼식을 시작으로 한국의 퀴어는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퀴어 퍼레이드가 전국 각지에서 매해 열리는 중이지만 맞불을 놓듯이 시위하는 이들도 무시할 수 없다. 퀴어를 악마화하는 기독교 근본주의자가 여전하며, 우경화로 가는 백래시의 물결이 거세기까지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