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와 소음

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3/11/26

볕에 바짝 마른 무명 라운드T를 입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청바지를 입고 밖을 나가면 몸가짐이 자유롭게 된다. 아무 바닥이나 풀썩 앉아서 잭 케루악 소설 << 길 위에서 >> 를 읽거나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 상실의 시대 >> 를 읽는다고 해서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청바지는 행동을 자유롭게 만드는 < 힘 > 을 가지고 있다. 먼지와 흙과 청바지는 친구요, 잭 케루악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훌륭한 소품이다. 
 
반면,     양복을 입게 되면 행동에 제약이 따르기 마련이다. 정장 차림으로  길바닥에 풀썩 앉아서 잭 케루악과 무라카미 하루키 - 책을 읽다가는 행인들에게 미친놈이라는 소릴 듣기 딱이다. 그 장면은 마치 양복 입고 가야금을 타는 연주자 꼴이다. 어쩌면 인간의 행동을 조율하는 것은 < 마음 > 이 아니라 < 의복 > 인지도 모른다. 글씨체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시를 가르쳤던 시인은 신춘문예에 응모할 때 가장 명심할 사항은 " 글씨체의 종류 " 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세상 모든 시는 < 명조체 > 로 쓰여져 있다고.  곰곰 생각하면 그 시인의 지적은 맞다. 현대시를 굴림체나 궁서체로 인쇄한 시집을 본 적이 없다.
 
고딕체가 박힌  기형도 시집을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  시는 모두 명조체로 쓰여져 있었다.  하지만 명조체가 미학적으로 가장 뛰어나다는 소리는 아닐 것이다. 법정 출두 명령서가 명조체로 인쇄되어 있다면 끔찍할 것이다. 이처럼 때와 장소에 따라 서체도 다양한 법이다. 서체가 단 하나뿐인 국가는 불행한 국가'다. 글의 종류에 따라 서체가 다르듯이 날씨와 기분에 따라 그때그때 어울리는 서체'도 따로 있다.  개인적으로 오늘 같은 날은 맑은 고딕체'가 어울린다.  나는 얼굴보다는 목소리에 끌리는 유형이었다. 소리 중에서도 " 긁히거나 부딪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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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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