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의 <<도덕형이상학 정초>> 읽기 (2)

정제기
정제기 ·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선생입니다
2023/07/10
자, 이제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해봅시다. <<도덕형이상학 정초>> 1절을, 칸트는 그 유명한 구절을 말하면서 시작합니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한에서 세계 안에서도, 심지어 세계 바깥에서도 제한 없이 선하다고 여길 수 있는 것은 오직 선의지뿐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이 말은 도덕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선의지der gute Wille/good will라는 개념을 사용해야만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더 중요한 포인트는, 최소한 도덕을 이야기할 때 보편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하나의 물음을 던지게 됩니다. 도덕은 보편적일까요? 아니면 도덕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것에 불과할까요?

철학에서는 보편적인universal 것과 일반적인general 것을 매우 엄격하게 구분합니다. 이 둘의 차이는 바로 예외를 허용하느냐, 혹은 허용하지 않느냐로 구분됩니다. 예를 들어 한번 생각해 볼까요? 학급에서 지켜야 하는 학급 규칙, 혹은 교통 법규, 또 법률 같은 것을 생각해 봅시다. 이러한 것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함께 지키고 따라야만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는 언제나 예외를 허용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입니다. 우리는 상황에 따라 규칙을 지키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또 교통 법규를 어쩔 수 없이 어겨야만 하는 예외적인 상황에 조우할 때가 있습니다. 법률도 마찬가지입니다. 설령 법을 어겼더라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면, 정상 참작을 어느 정도 해줄 수 있는 그런 지점이 있는 것처럼요.

그러나 보편적인 것은 이러한 예외들을 결코 허용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물리법칙 같은 것들이 그렇습니다. 제가 자주 드는 예시는 중력의 예시인데요, 오늘 기분이 조금 나쁘다고 해서 오늘은 중력의 법칙에서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최소한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모든 인간은 중력의 법칙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습니다. 보편적인 것은 바로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대구 영남대에서 칸트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영남대학교와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또 인문학&신학연구소 에라스무스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칸트철학을 베이스로 철학과 문학, 또 철학과 신학의 대화가능성을 모색합니다.
3
팔로워 2
팔로잉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