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을 돌보다7]누가 돌보는 것이 좋을까

소요 · 돌보는 사람을 위한 돌봄 연구소
2024/02/26
효녀 코스프레 유효기간은 딱 100일이었다. 
꼬박 100일도 아니다. 금요일 저녁에 퇴근해서 밤 기차로 엄마 집으로 가서 월요일 새벽 기차 타고 바로 출근했다. 100일이 지나자마자 집에 가는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의무감에 가긴 가지만 예전처럼 흔쾌한 마음으로 가지지 않았다. 100일 동안은 기대라는 것이 있었다. 엄마가 아프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내가 열심히 간병하면 엄마의 병이 호전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난생 처음으로 절기 음식 챙겨먹는 엄마를 위해 동지 팥죽을 쑤어보고 대보름 묵나물을 만들었다. 엄마가 할머니 간병할 때 해드리던 늙은 호박을 쪼개고 갈아서 호박죽도 쑤었고, 고단백 영양이 중요하다고 해서 사골국, 육개장, 꼬리곰탕, 설렁탕, 삼계탕, 오리백숙을 만들면서 국 전문점을 꿈꾸기도 했다. 엄마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온몸을 구석구석 씻기고, 로션 바르고 오일로 마사지하고, 손발톱 깎고, 몸을 일으켜 세우는 운동을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정성으로 간병했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엄마의 병세는 점점 깊어갔고 기억과 인지는 떨어졌고 말수도 하루가 다르게 사라져갔다.   
종일 간병으로 꼭 한 달 째
아예 집에 와서 전일 간병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아빠의 얼굴 때문이었다. 뭐가 그리 좋은지 늘 웃는 상이었던 아빠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지고, 주름살이 깊어졌으며, 피곤했는지 목소리가 쉬어버렸다.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던 양반이 늦잠을 자서 엄마 약 챙기는 시간을 지나치기도 했다. 이러다가 아빠도 병이 나고, 더 늦어지면 엄마의 회복도 어려울 것 같아서 일과 가정을 뒤로 하고 엄마 집으로 왔다. 그리고 전일 간병인으로 산지 꼭 한 달이 되어간다. 아빠와 나는 2교대로 간병을 하고, 서로 번갈아가며 외출한다. 그래야 지치지 않을 것 같았고 그 덕분에 스트레스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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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씁니다. 죽을 거 같아서 쓰고, 살기 위해 씁니다. 예전엔 딸을, 지금은 엄마를 돌봅니다. 돌보는 사람을 위한 돌봄을 연구합니다. 잘 사는 기술과 잘 죽는 기술을 개발하고, 어쩌다 지방소멸도시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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