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미래를 위한 징비록(07) 2부 성역에 눈 뜨다] 01. IMF 경제위기와 성역이 된 재벌

홍종학 인증된 계정 ·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전 국회의원
2023/08/23
민주당의 미래를 위한 징비록 2부. 성역에 눈 뜨다
   
01 IMF 경제위기와 성역이 된 재벌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로 치닫던 1997년, 나는 재벌의 문제를 분석하는 책을 완성했다. 재벌 구조의 핵심 문제는 부실한 계열사를 건전한 계열사가 보증해 줘서 연명시키는 것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그런대로 넘어가지만 자금 사정이 좋지 않으면 전 계열사가 무너지며 금융 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것이다. 주거래 은행이 있지만 사실상 관치에 의해 정부의 승인 하에서 대규모 자금이 지원되었기 때문에, 하나의 재벌이 넘어가게 되면 은행도 흔들리게 되는 구조다. 
   
한보같이 수익성이 좋지 않은 재벌의 경우는 물론이고 진로와 같이 강력한 현금 동원 능력이 있는 기업조차 부실 계열사로 인해 파산하는 등 대부분의 재벌이 흔들리고 있었다. 정부의 지원하에 은행의 대출로 확장해 온 한국의 재벌들은 어느 하나 안전한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안정적으로 운영한다던 삼성전자조차 불랙홀처럼 자금을 빨아들이는 삼성자동차로 인해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나의 책은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연환계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수전에 익숙하지 않은 조조의 군대를 위해 여러 척의 전함을 묶어 함께 훈련을 하니 훨씬 성과가 좋았다. 그러나 이 연환계는 치명적인 약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적이 불화살로 화공으로 공격하면 모든 전함이 동시에 불에 탈 위험이 있었지만, 적진에서 불어오는 동남풍이 불지 않는 시기이기에 조조는 방심했다. 그러나 동남풍은 불었다. 간혹 예외적으로 동남풍이 불기도 하는 것을 알았던 제갈량의 계책은 들어맞았다. 
   
채무보증으로 모든 계열사를 연계시킨 한국의 재벌을 표현한 적절한 비유였다. 대마불사를 믿고 은행들은 대출을 해 주었지만, 무역수지는 적자 행진을 이어갔고 내수 경기도 살아나지 않았다.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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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교수 출신으로 경실련에서 활동했고,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을 맡았다. 민주당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진출했고, 문재인 대선 캠프 정책본부장으로 공약 작성을 주관했으며,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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