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스텝 : 나이와 퀘스트

박하
박하 인증된 계정 · 배낭여행자
2023/02/27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네. 친구가 말했다. 한 살 터울 아래인 그녀의 시간을 짐작해보면 서른이 넘은 한국 여성의 삶이란 어떤가 생각하게 된다. 결혼을 할 사람을 만났기에 결혼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나이에 쫓겨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결혼이 하고 싶어? “그건 아닌데, 다들 결혼하니까 결혼 생각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좀 쓸쓸해지기도 하는거지.” 우스갯소리로 돌려받지 못 할 축의금이 너무 나간다 대꾸하며 대화 주제를 넘겼다.

나의 나이 주변 친구들은 여성인 경우 대부분 결혼을 했다. 출산율이 낮다고 하던데 어찌 된 영문인가, 자식이 벌써 어린이집을 들어간다는 소식도 있다. 명절이나 가족 모임에서 결혼을 언제 하느냐, 아기는 언제 낳느냐 하는 스트레스를 받아치는 밈도 있으나, 그와 반대로 사람들은 착실하게 스텝을 밟아나가고 있었다. 중,고교를 거쳐 대학으로. 대학 이후로는 취업 전선에서 취직을, 그리고 반려를 만나 결혼을. 출산은 선택이지만 아이를 갖는 경우까지. 그럼 그 다음은?

서울, 대한민국 (2023)

보편적인 인생
훈련소 배치 후 미래에 대해 쓰는 시간이 있었다. 제대 후 자신의 미래를 그려봄으로써 군 생활 동안 사고를 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겠으나 이제야 스물을 넘긴 아이들에게 결여된 진지함, 앉은 자리에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미래 방안을 설계하라는 명령은 죄다 불복종에 가깝지 않았을까. 다만 2년 후의 미래는 확실히 적을 수 있었다. 세계여행을 떠날 순서였고 그 후의 미래는 모른다. 꼭 페이지를 다 채워야만 한다고 교관이 윽박질렀는데 겁에 질려 적은 미래엔 무슨 의미가 있을지.

10대와 20대를 거친 지금, 30대와 40대 그리고 50대의 시간은 어찌 흘러갈지 알 수 없었다. 솔직히 터 놓고 말하자면 그 나이까지 살고 싶지 않았다. 속내를 적었다간 분명 관심병사로 낙인 찍혀 분류될테니 사회적 가면을 쓸 필요가 있었다. 난 통념상 대부분의 나잇대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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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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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저 곳을 떠돌며 살고 있습니다. 아직 어느 곳에도 주소지가 없습니다. <아무렇지 않으려는 마음>, <워크 앤 프리> 두 권의 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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