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뽑아버린 이순신 비석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03/22
▲목포 고하도 이충무공 유적지를 지키는 홍살문 ⓒ김성호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군이 총탄을 쏘고 아예 뽑아서 야산에 던져버린 비석이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기린 유허비로, 이름은 다소 심심한 ‘이충무공 기념비’다. 비를 모신 건물은 그 뜻을 기린다는 뜻에서 모충각이라 부른다. 정면엔 모충각을 들고 나는 모충문이 있고, 그로부터 다시 오십 걸음쯤 떨어진 곳에 홍살문이 섰다.

홍살문 안쪽부터 모충각까지는 허리 곧은 소나무 수십 그루가 빽빽하게 들어섰다. 대장선 탄 수군처럼 모충각 안 장군의 비석을 지키고 섰다.

이충무공 기념비는 여느 충무공 기념물과는 다르다. 보통의 비가 장군의 전공을 기리고 있다면 여기에선 부족함 없이 군량을 마련한 장군의 수완부터 전시 내정의 중요성, 이를 기념하는 것의 의미 등이 두루 담겼다. 전란이 끝나고 한 세기도 더 지난 뒤 삼도수군통제사로 부임한 오중주와 충무공의 5대손 이봉상이 직접 비를 세웠단 것부터 남다르다.
▲고하도 이충무공 기념비 ⓒ김성호
비문을 모두 적을 수는 없으나 중요한 대목을 추려 옮기면 다음과 같다.
   
그러나 군민의 소원은 그치지 않아 남은 비용으로써 비문을 새기고자 나를 찾아 왔기에 나 탄식하나니 그럴 일이다. 공의 원대하신 경륜이여 자고로 전쟁에 이김은 군량의 저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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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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