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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31
alookso 유두호
📣[질문받습니다] 트라우마 전문가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는 법'


그 사람의 곁을 지켜주세요

🤔 교수님께서 주변에 힘들어하는 분들께 자주 해주는 이야기, 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주변에 상실의 고통을 겪는 분이 있는데 어떤 표현이 좋은지 항상 고민돼요. (Goingkp)

↳👨‍⚕️채정호의 답변
사실 표현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잘 생각해서 표현했다고 해도 상대방으로서는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힘들 때는 사실 어떤 말도 잘 들어오지 않거든요. 그래서 말로 표현하거나 특정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손을 잡아주든지 안아주든지, 그것도 지나칠 때가 있으니 그냥 아무 말 없이 옆에 있다는 표시만 해주는 것이 훨씬 좋을 때가 있습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옆에 있어 주는 태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고통의 곁’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당신의 고통과 함께 있겠다” “당신의 고통을 잊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고통을 기억하려는 진심 어린 노력이 이어질 때, 트라우마의 회복과 치유도 시작됩니다. 그래서 “아직도 그 얘기야?”라고 묻는다면 “그래, 여전히 그 얘기야!”라고 답해야 합니다.

🤔 타인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저를 더 힘겹게 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타인도 제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에 속에 담아두고 살아갑니다.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rtrtcom93)

↳👨‍⚕️채정호의 답변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막상 당사자조차도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아니 ‘온전히’가 아니라 ‘일부’라도 ‘이해하는’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를 온전히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옆에 비록 이해하지는 못해도 온전히 내 편으로,  내 고통이 나아지기를 바라면서 옆에 있는 사람입니다. 비록 나를 다 이해해 주지는 못하더라도 내 곁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는 것이 인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다른 사람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는 작업은 그 자신이 천천히 스스로 해 나가야 할 일이고, 옆에 있는 사람은 그 사람이 고통에서 나아지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옆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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