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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받습니다] 트라우마 전문가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는 법'
2023/10/27
10월 29일은 이태원 참사 1주기입니다. 26일 이태원 참사 생존자 김초롱 작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유가족, 국회의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이야기를 주고 받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이태원 참사라는 사회적 재난을 뉴스로 겪으며 고통을 느낀 분이라면 관심을 갖고 들어주세요. '참사 당사자'가 지난 1년을 어떻게 살아냈는지, 우리는 어떻게 애도해야 하는지 묻고 답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30년 이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채정호입니다. 저는 주로 트라우마를 겪은 분들이 어떻게 하면 잘 회복할 수 있을까를 연구해왔습니다. 올해 1월에는 재난 트라우마 현장에서 사회적 지지와 연결이 왜 필요한지를 이야기한 <고통의 곁에 우리가 있다면>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트라우마나 PTSD라는 단어를 흔하게 사용합니다. 제가 공부를 시작할 무렵에만 해도 그렇게 잘 알려진 단어는 아니었는데 이제는 일상 속에서도 쉽게 쓸 정도가 되었습니다. 사실 정신의학에서 공식적으로 정의하는 트라우마는 죽음이나 거의 죽을 뻔한 위협, 심각한 질병이나 부상, 성폭행 등을 경험하는 것 정도로 아주 좁은 범위만을 말합니다. 하지만 보통은 그보다는 훨씬 넓게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당하고 그 충격으로 이전과의 삶을 달라지게 할 수 있는 것을 지칭합니다.
모두 트라우마가 질병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트라우마는 심각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PTSD는 트라우마를 겪은 뒤 그 순간을 반복적으로 재경험하면서, 그와 관련된 사항들을 피하며, 매사 부정적이 되고 각성도가 높아지며, 심한 고통을 겪으며 삶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입니다.
트라우마가 삶을 지배하게 되면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됩니다. 이외에도 우울, 불안, 과도한 음주, 중독, 위축된 생활 등 다양한 모습이 트라우마 후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울 때는 정신건강전문가에게 조언과 치료를 받으시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글과 조금 방향이 다른 질문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트라우마'라는 단어가 대중에게 알려진 후로 일상어처럼 흔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 역시도 별것 아닌 일시적 불쾌함에 '트라우마 생길 것 같아'라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쓰곤 했는데요. 최근에 그렇게 쉽게 쓰는 말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트라우마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고, 나아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으니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글을 보고 의식적으로 자제하고 있어요. 직접 트라우마를 연구하시는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주웤
말씀하신 것 처럼 지금 가해를 가하시는 분이나 본인이나 다 광의의 트라우마 피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서로 상처가 있기 때문에 이야기로 풀어보려고 해도 서로 상처만 될 뿐이지 잘 되지 않는 수가 많으실 것 같습니다. 일단 반복해서 곱씹게 되는 것, 즉 반추라는 현상이 일어나서 그 생각에 쉽게 빠지는 것을 일단 회복되지 않은 트라우마의 여파일 수 있습니다. 결국 그 생각에서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으면 명상이나 안정화 같은 기술을 배우거나 전문적인 정신건강 지원을 받으실 필요가 있습니다. 자꾸 가해를 가하는 주변인은 사실은 자신으로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강하게 이야기를 했는데도 반복하는 것을 수정할 수 없다면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부딪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고 사실은 그 2차 가해를 가하시는 분도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쓰는 말인 "용서는 하지만 잊지는 말자"라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말이기는 한데, 정말 어렵습니다. 아직 나의 감정을 다루는 것이 잘 되지 않는 상태에서 자꾸 2차 가해를 당하는 상태이므로 전문적으로 상담을 받아보실 것울 권합니다.
@kzoon89
아무래도 대학병원은 짧은 시간 밖에 할애를 할 수 밖에 없어서 상담 위주로 치료를 받으시려는 분들은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개원 정신건강의학과 중에서도 상담 위주로 진료를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홈페이지 등을 보시면 철저한 시간 제로 예약을 하시거나 제한된 숫자만 진료한다고 공지된 곳을 찾아보시면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상담사는 우리나라의 제도적 한계로 정말 훌륭한 상담사와 자격이 없이 마구잡이로 상담 유사행위를 하는 사람들 간의 구분이 어렵습니다. 제도와 법규를 정비하고자 하는 과정이기는 하지만 아직 미비합니다. 그래서 더 잘 알아보셔야 할 것 같고, 일단 쉬운 방법으로 공인된 학회의 1급 상담사가 진행한다고 하는 곳이면 좋으실 것 같습니다. 다른 쉬운 방법은 진료받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사실은 상담치료를 하고 싶다고 말씀하시면 상담을 잘 하시는 상담사 혹은 정신과 의사에게 연결을 해주실 수도 있으실 것입니다. 어떻튼 자신에게 잘 맞는 정신건강전문가를 찾는 것은 정말 도움이 많이 되니까 꼭 찾으셔서 상담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공적인 네트워크를 찾는 것도 한 방법이기는 한데 해당 주거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서울시 같으면 서울시 각 지역별로 있는 상담지원센터 같은 것을 통하셔도 되는데 대부분 단기 상담 위주이어서 지속 상담은 어려울 수 있고, 대신 그곳에서 소개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좋은 글 감사합니다.
혹시 주변인이 2차 가해를 하는 경우엔 어떻게 대하는 게 최선일까요? 특히 그게 나와 가까운 가족이라면요.
대화를 시도하면 늘 회피하거나 대충 무마하려는 태도로 인해 흐지부지되고, 그렇다고 넘어가자니 본인의 생각이 옳다고 믿어서 잊을만 하면 또 그런 얘길 한다는 문제가 있고요. 다른 데서도 그러겠지 싶어 염려가 됩니다.
때로는 이런 기억 자체가 상처로 남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내가 뭘 해야 하지? 라는 생각들로 스스로를 괴롭게 만드는 것도 있습니다. 가족이라 더 복잡한 감정이 들기도 하고요. (당장 가족부터가 열등감을 비롯해 특정한 트라우마를 안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얘길 해도 생각이 많아서인지 충분치 않은 것 같네요.
그런 행동에 대해서, 또 그런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대하는 게 바람직할지 조언을 구하고 싶어 글을 남깁니다. 계속 문제를 곱씹는 스스로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는 듯한데 개선할 방법이 있을까요?
(덧붙이자면 글을 읽고 저 역시 일종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문제들에 더 깊이 찾아보고 생각한 이후부터, 평소에도 조금이라도 건덕지가 보이면 분노, 두려움, 강박, 무력감 등 부정적인 감정으로 번져 일상생활이 힘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문제는 이게 현재나 미래보다는 과거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게 정말 피해자들을 위하는 걸까 싶기도 하고요. 문제의식은 유지하되 일상생활에도 덜 영향을 미칠 방법이 있을까요?)
감사합니다.
상실로 인해 상담이나 정신과치료가 필요할 것 같은 지인이 있는데요. 약에 관한 두려움이 큰 편입니다. 그럴 때는 병원 이전에 심리 상담을 받는 것이 좋을까요? 아주 심한 것 같진 않은데 누군가가 들어줄 필요가 있는 것 같아서요. 심리 상담가를 찾아주고 싶은데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보건소에 연락하면 될까요? 지인이 조금 까다로운 성격이라 어떻게 연결해줘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지인이 대학병원에 가본 듯한데 거기서는 약만 처방하고 짧게 진료만 보니까 그것에 상처를 받는 거 같아요.
@Goingkp
사실 표현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실은 잘 생각해서 표현을 했다고 해도 상대방으로서는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힘들 때는 사실 어떤 말도 잘 들어오지 않거든요. 그래서 말로 표현을 하거나 특정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한 번 손을 잡아주던지 안아주던지 그것도 지나칠 때가 있으니 그냥 아무 말 없이 옆에 있다는 표시만 해주는 것이 훨씬 좋을 때가 있습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옆에 있어주는 태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 주변에 힘들어 하는 분들께 자주 해주는 이야기, 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주변에 상실의 고통을 겪는 분이 있는데 어떤 표현이 좋은지 항상 고민돼요
@rtrtcom93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한다" 는 것이 가능할까요? 그것은 막상 당사자 조차도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아니 "온전히"가 아니라 "일부라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를 온전히 이해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옆에 비록 이해는 못해도 온전히 내 편으로, 내 고통이 나아지기를 바라면서 옆에 있는 사람입니다. 비록 나를 다 이해해주지는 못하더라도 내 곁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는 것이 인간입니다. 그래서 나도 다른 사람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는 작업은 그 자신이 천천히 스스로 해 나가야 할 일이고, 옆에 있는 사람은 그 사람이 고통에서 나아지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옆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원은지
사실 어디가 아플 때 도움을 받는 것처럼 마음이 아플 때 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는 것은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안 받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 잘 듣고, 2) 문제를 잘 파악하고, 3)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문적으로 특화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전문가를 찾는 것이 정말 쉽고 당연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가 나지 않아서라든지 다른 이유로 찾기 어려우시다면, 일단 전문가들이 하듯이 나의 마음을 잘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무엇을 힘들어 하는지, 어떤 것이 나를 가장 아프게 하는지, 어떤 상황이 나를 괴롭게 하는지를 찬찬히 내 자신에게 귀를 기울여보시는 것으로 시작하셔야 할 것 입니다. 기본적으로 아픔이 있다는 것은 이상한 것도 아니고 무엇인가 잘못된 것도 아닙니다. 어떻게 어떤 범위로 아픔이 있는지를 찬찬히 지켜봐주시고, 아플 수 있다고 그러는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주고 인정하는 것으로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만약에 트라우마로 인하여 몸이 너무 긴장되고 잘 놀라는 상태라면 안정화라는 방식으로 바닥에 내 발이 잘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을 토닥토닥 안정시키는 방법을 쓸 수도 있고 너무 가라앉고 쳐져 있는 것이라면 몸을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지 방법을 찾아봐야 합니다. 이런 방법들은 일단 자신의 상태를 유심히 지켜본다음에 문제를 해결할 때 쓰는 것이기에 우선 나의 상태를 잘 지켜보고 그럴 수 있다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골든타임> 이라는 것은 물론 모든 것이 그렇듯이 빠르면 빠를 수록 좋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늦어져도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이 바로 골든 타임이라고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채정호 선생님, 얼룩소 에디터 원은지입니다.
얼룩소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 기획을 준비하면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를 만났습니다. 저는 심리 상담을 했을 때 기억이 좋아서 유가족과 생존자분에게 심리 상담을 추천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심리 상담은 처음 받으러 갈 때 큰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잖아요. 선뜻 추천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심리 상담 대신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치유 방법을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또 치유에도 '골든 타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
@원은지
사실 어디가 아플 때 도움을 받는 것처럼 마음이 아플 때 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는 것은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안 받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 잘 듣고, 2) 문제를 잘 파악하고, 3)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문적으로 특화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전문가를 찾는 것이 정말 쉽고 당연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가 나지 않아서라든지 다른 이유로 찾기 어려우시다면, 일단 전문가들이 하듯이 나의 마음을 잘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무엇을 힘들어 하는지, 어떤 것이 나를 가장 아프게 하는지, 어떤 상황이 나를 괴롭게 하는지를 찬찬히 내 자신에게 귀를 기울여보시는 것으로 시작하셔야 할 것 입니다. 기본적으로 아픔이 있다는 것은 이상한 것도 아니고 무엇인가 잘못된 것도 아닙니다. 어떻게 어떤 범위로 아픔이 있는지를 찬찬히 지켜봐주시고, 아플 수 있다고 그러는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주고 인정하는 것으로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만약에 트라우마로 인하여 몸이 너무 긴장되고 잘 놀라는 상태라면 안정화라는 방식으로 바닥에 내 발이 잘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을 토닥토닥 안정시키는 방법을 쓸 수도 있고 너무 가라앉고 쳐져 있는 것이라면 몸을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지 방법을 찾아봐야 합니다. 이런 방법들은 일단 자신의 상태를 유심히 지켜본다음에 문제를 해결할 때 쓰는 것이기에 우선 나의 상태를 잘 지켜보고 그럴 수 있다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골든타임> 이라는 것은 물론 모든 것이 그렇듯이 빠르면 빠를 수록 좋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늦어져도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이 바로 골든 타임이라고 하겠습니다.
@Goingkp
사실 표현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실은 잘 생각해서 표현을 했다고 해도 상대방으로서는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힘들 때는 사실 어떤 말도 잘 들어오지 않거든요. 그래서 말로 표현을 하거나 특정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한 번 손을 잡아주던지 안아주던지 그것도 지나칠 때가 있으니 그냥 아무 말 없이 옆에 있다는 표시만 해주는 것이 훨씬 좋을 때가 있습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옆에 있어주는 태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이주웤
말씀하신 것 처럼 지금 가해를 가하시는 분이나 본인이나 다 광의의 트라우마 피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서로 상처가 있기 때문에 이야기로 풀어보려고 해도 서로 상처만 될 뿐이지 잘 되지 않는 수가 많으실 것 같습니다. 일단 반복해서 곱씹게 되는 것, 즉 반추라는 현상이 일어나서 그 생각에 쉽게 빠지는 것을 일단 회복되지 않은 트라우마의 여파일 수 있습니다. 결국 그 생각에서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으면 명상이나 안정화 같은 기술을 배우거나 전문적인 정신건강 지원을 받으실 필요가 있습니다. 자꾸 가해를 가하는 주변인은 사실은 자신으로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강하게 이야기를 했는데도 반복하는 것을 수정할 수 없다면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부딪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고 사실은 그 2차 가해를 가하시는 분도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쓰는 말인 "용서는 하지만 잊지는 말자"라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말이기는 한데, 정말 어렵습니다. 아직 나의 감정을 다루는 것이 잘 되지 않는 상태에서 자꾸 2차 가해를 당하는 상태이므로 전문적으로 상담을 받아보실 것울 권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좋은 글 감사합니다.
혹시 주변인이 2차 가해를 하는 경우엔 어떻게 대하는 게 최선일까요? 특히 그게 나와 가까운 가족이라면요.
대화를 시도하면 늘 회피하거나 대충 무마하려는 태도로 인해 흐지부지되고, 그렇다고 넘어가자니 본인의 생각이 옳다고 믿어서 잊을만 하면 또 그런 얘길 한다는 문제가 있고요. 다른 데서도 그러겠지 싶어 염려가 됩니다.
때로는 이런 기억 자체가 상처로 남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내가 뭘 해야 하지? 라는 생각들로 스스로를 괴롭게 만드는 것도 있습니다. 가족이라 더 복잡한 감정이 들기도 하고요. (당장 가족부터가 열등감을 비롯해 특정한 트라우마를 안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얘길 해도 생각이 많아서인지 충분치 않은 것 같네요.
그런 행동에 대해서, 또 그런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대하는 게 바람직할지 조언을 구하고 싶어 글을 남깁니다. 계속 문제를 곱씹는 스스로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는 듯한데 개선할 방법이 있을까요?
(덧붙이자면 글을 읽고 저 역시 일종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문제들에 더 깊이 찾아보고 생각한 이후부터, 평소에도 조금이라도 건덕지가 보이면 분노, 두려움, 강박, 무력감 등 부정적인 감정으로 번져 일상생활이 힘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문제는 이게 현재나 미래보다는 과거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게 정말 피해자들을 위하는 걸까 싶기도 하고요. 문제의식은 유지하되 일상생활에도 덜 영향을 미칠 방법이 있을까요?)
감사합니다.
@rtrtcom93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한다" 는 것이 가능할까요? 그것은 막상 당사자 조차도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아니 "온전히"가 아니라 "일부라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를 온전히 이해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옆에 비록 이해는 못해도 온전히 내 편으로, 내 고통이 나아지기를 바라면서 옆에 있는 사람입니다. 비록 나를 다 이해해주지는 못하더라도 내 곁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는 것이 인간입니다. 그래서 나도 다른 사람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는 작업은 그 자신이 천천히 스스로 해 나가야 할 일이고, 옆에 있는 사람은 그 사람이 고통에서 나아지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옆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채정호 선생님, 얼룩소 에디터 원은지입니다.
얼룩소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 기획을 준비하면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를 만났습니다. 저는 심리 상담을 했을 때 기억이 좋아서 유가족과 생존자분에게 심리 상담을 추천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심리 상담은 처음 받으러 갈 때 큰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잖아요. 선뜻 추천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심리 상담 대신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치유 방법을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또 치유에도 '골든 타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
타인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저를 더 힘겹게 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그래서 타인도 저 자신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에 속에 담아두고 살아갑니다.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