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메이와 미소의 정주

홈은
홈은 · 15년차 집돌이
2022/12/16
노랑의 미로는 집을 두고 벌어지는 일에 관한 사실을 다루고 가난의 문법은 멀쩡한 집에서 살아가는 폐지 줍는 노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노마드랜드는 정주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내일이라도 당장 집을 나가 길바닥에 나앉아야 한다는 불안감 이상은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쉼 없이 노동을 하면서도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니.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를 홈리스라 칭하지 않는다. 고전적인 형태의 부동산이 없을 뿐이지 '바퀴 달린 부동산'에서 생활하며 중산층의 삶을 유지하는 것처럼 살고 있기 때문에 자신을 '하우스리스houseless'라 부른다.
노마드랜드 / 제시카 브루더 / 서제인 / 엘리 / 2021
영화 노마드랜드를 보지 않아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한국영화 소공녀Microhabitat가 떠올랐다. 예순네 살의 린다 메이처럼 미소도 땅에 붙어있는 집이 없다. 아니 있었지만 모든 것이 비싸지는 도시에서 집을 잃었다. 린다 메이는 지프에 붙어있는 트레일러에서 생활하지만 한국의 미소는 차가 아닌 아주 작은 이동식 집에서 살아간다.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쥐어짜 내거나 빌린 돈으로 방 한 칸을 마련하는 대신 좋아하는 것들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다른 방식의 집을 선택한 것이다.
소공녀(2018). 네이버 영화
가난하고 병들고 고된 삶이지만 불안정과 고통이 노마드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하는 모습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낮은 임금으로는 너무 많이 올라버린 집세를 감당할 수 없는 것이 그들의 잘못은 아니다. 과로가 일상이 된 사회에서 더 일할 여력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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