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삶도 국민의 삶이다
2022/11/17
폐지 줍는 노인들이 즐겨 찾는 시간대가 아니면 아파트 단지와 대형 빌딩으로 반듯하게 꾸며진 도심에서 그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각자의 이유로 폐지를 주워야 하는 노인은 쉽게 타자화된다. 건강하고 금전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현재가 보여주는 스냅샷에 몰두해 노인 세대의 빈곤을 남의 나라 일로 여긴다. 번듯한 집에 살고 있으면서 아는 사람에게 들킬까 조심하며 폐지를 줍는 노인들은 동료 시민의 모습이자 어쩌면 우리 부모님 세대의 자화상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뭐든 다 배달합니다'에 등장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삶과 교집합이 꾸려진다. 제도권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돈을 위해 과로를 해야 한다.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사회는 개입을 주저한다. 그들은 노동자이지만 투명인간처럼 취급받으며 사각지대에서 살아간다. 주어만 바꿔도 문장은 문제가 없다.
관련 기사를 찾아봤다. 2020년에 쓰인 책은 2022년에도 여전히 시의성을 발휘한다. 폴 오스터는 먹고살기 위해 타자기를 두들겼다며 빵굽는 타자기를 썼는데 한국의 노인들은 길바닥에서 돈을 줍기 위해 목숨을 걸기도 한다. 폐지 줍는 노인들이 그들의 삶을 글로 남길 정도의 여유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사회가 더 이상은 방치하지 않았으면 한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지만 부양해야 할 가족은 있으며 질병을 갖고 있고 개인연금도 소유 주택도 전문기술도 없으며 부양의무자는 있지만 부양 능력은 없는 노인에게 죽음을 강요할 순 없다는 것을 잊지 말자. 그들의 삶도 국민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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