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군대 이야기(8) 정의와 불의 그리고 지혜와 판단

정광헌 · 낙서글과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
2024/02/16
어머니께서는 어린 우리 형제들을 앉혀놓고 자주 교훈적인 말씀을 해 주셨는데, 그중에서도 “'참을 인' 자가 세 개면 살인을 면한다”라며 인내심을 강조하는 말씀과 “참새가 뱁새 따라가다간 다리가 찢어진다”라고 자기 분수를 지키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아버지께서는 특히 나에게 “경거망동하지 말고, 항상 겸손하라”라고 틈날 때마다 당부하셨다. 이 말씀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내 머릿속에서 기억나고 되살아나 내 삶 내내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된다.

어렸을 때 해 주신 이런 말씀들이 어린 자식들에게 부족하거나 과도해 보이는 면에 대해 염려에서 하셨던 말씀이기 때문에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고 당시 나의 성정을 더 정확히 파악해보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아마도 나는 고집이 세어서 자기 마음대로 안 되면 불같이 화를 낼뿐더러 샘이 많은 아이였던 것 같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우월감에 쌓여 다른 이들을 깔보며 무시하는 아이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나마 부모님의 훈육으로 조금 더 절제된 인간으로 성장하였겠지만, 여전히 나는 오만하기 그지없는 성격을 다 버리지 못했던 것 같은데, 이런 오만함과 모난 면들이 3개월간의 수감생활과 3년여의 군대 생활로 많이 닦이고 원만해졌던 것 같다. 부모님의 교훈과 학교 교육 못지않게 군대 생활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고 인격적으로 성숙하는 계기가 되었다. 

신병훈련소 첫날부터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군번 순서대로 침상에 앉아 대기하며 왼편에 있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나이도 나보다 어리고 사회 경험도 없어서 다소 어리숙한 젊은이로 생각이 되었다.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우선 군복, 내복, 양말 등 보급품을 나눠주었다. 그리고, 군복으로 갈아입기 전에 받은 보급품에 자신의 것이라는 것을 표시(주기)하는 작업을 시켰다. 특히, 군복, 내복, 양말 등은 서로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바늘과 실을 배포하고 각자의 보급품에 자신의 것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게 실로 글자를 새겨놓게 하였다. 나는 KH라고 새겼던 것 같은데, 평상시 바...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청장년 시절 종합상사에서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격렬하게 뛰어다니며 한국 상품의 해외 시장 개척에 진력하였습니다. 은퇴 후에는 국내 중소 중견 기업들의 해외 시장 개척 전략 수립과 고객 확보 지원 사업을 개인사업으로 영위했습니다. 이제 노년이 되어서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취미를 갖고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22
팔로워 28
팔로잉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