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드러난 민낯 - 푸틴 체제의 러시아는 폭력을 독점한 국민국가가 아니었다

박정욱
박정욱 인증된 계정 · 라디오PD,<중동은 왜 싸우는가>저자
2023/07/05
최근 바그너 그룹의 반란으로 의도치 않게 러시아의 민낯을 보고 말았다. 푸틴 체제하의 러시아는 국가가 폭력을 독점한 중앙집권적 국민국가가 아니었다. 막스 베버의 정의에 따르면 국가란 '특정한 영토 내에서 정당한 물리적 폭력의 독점을 성공적으로 관철시킨 인간 공동체'이다. 이 긴 명제에서 핵심은 '폭력의 독점'이다. 하지만 푸틴의 러시아는 폭력을 독점하지 못했다. 정부가 통제하지 못하는 두 개의 거대 무장조직 때문이다. 하나는 바그너 그룹이고, 또하나는 체첸공화국 수비대(소위 '아흐마트 특전대')가 그들이다.

바그너 그룹을 뉴스에서 처음 접한 것은 시리아 내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무렵이다. 이 때 러시아가 시리아 아사드 정부를 지원하며 내전에 개입했는데 외신에 바그너 그룹이라는 생소한 이름을 종종 보이곤 했다. 시리아 전장에 직접 투입된 러시아 정규군은 소수였으며 그 외에 바그너 그룹이라는 조직이 투입되었다는 정보가 일부 보도를 타고 전해졌다. 궁금한 마음에 구글 검색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시기에는 바그너 그룹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이후 리비아 내전이 본격화되자 해외의 언론들이 보다 집중적으로 바그너 그룹을 조명했다. 리비아에 러시아 정부가 공식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았으나 바그너 그룹이라는 무장조직이 심지어 전투기까지 조종하며 리비아를 휘젓고 다닌 것이다. 이 당시 외신은 대체로 바그너 그룹이 '민간 군사기업'이라는 외피를 입고 있지만 사실상 러시아 정부와 연계된 외곽 군사조직일 것으로 판단했다.
반란을 일으킨 바그너 그룹 / 로이터

하지만 이들이 이번에 반란이라는 무지막지한 사고를 치면서 러시아 정부군의 통제 밖에 있음을 만천하에 입증했다. 심지어 파죽지세로 모스크바 코앞까지 진격하며 푸틴의 간담을 서늘케했다....
박정욱
박정욱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MBC 라디오 PD. <손석희의 시선집중>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양희은 서경석의 여성시대> 등 시사, 경제, 교양 프로그램들을 주로 담당했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역사를 두루 좋아하는 역사덕후이지만 특히 이슬람권의 역사와 정치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는 <중동은 왜 싸우는가>가 있다.
5
팔로워 265
팔로잉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