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몬드 윌리엄스의 <기나긴 혁명>을 읽는 몇 가지 방식들
2023/08/24
레이몬드 윌리엄스의 <기나긴 혁명(The long Revolution)>을 읽는 몇 가지 방식들
<기나긴 혁명>을 제반 지식 없이 무작정 읽기 시작하다간, 정말 장구한 시간동안 이 책에서 헤매야 할지 모를 일이다. 명쾌한 듯 하면서도 애매모호한 그의 주장들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책의 저자인 윌리엄스라는 인물의 경향을 살펴야만 한다. 그래서 윌리엄스가 좋아하는 키워드로 그의 경향을 잠시 정리하고 넘어가려 한다.
1. 노동자 - 지식인 사이의 횡단
잘 알려져있다 시피, 윌리엄스는 노동자 집안 출신이다. 1921년 북웨일스의 국경지대의 팬디Pandy라는 마을에서 태어난 윌리엄스는 농업노동자 집안 출신의 철도 신호수를 아버지로, 그리고 농장관리인의 딸을 어머니로 하는 가족을 배경으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1926년 총파업에 참여하고 노동장 지부 비서직을 맡는 등 현실참여에 적극적인 인물이었다. 윌리엄스가 좌파로서 신념을 고수하였던 것은 이런 가정환경에서 힘입은 바가 크다.
하지만 그는 캠브리지에 입학했고, 재학시절에는 한 때 공산당원이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졸업 후에는 캠브리지와 옥스퍼드대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영국 신좌익의 일원으로 거듭나며, 관념론과 유물론의 이분법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문화적 유물론(cultural materialism)’이라는 명제하에서 시도하게 된 것이다. 이런 그에게 당대 영국인들은 ‘영국의 루카치’라는 별명을 선사하기도 했다.
2. 교조적 마르크스주의와의 단절
윌리엄스의 문화론은 1977년에 나온 <맑스주의와 문학>에서 형성되었다. 그는 토대/상부구조라는 이분법을 고수한 속류 맑스주의자들이 문화를 단순히 상부구조로서 파악하는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