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그까이 거!] 뼈는 골절일까, 암일까?

천영애 · 아무거나, 닥치는대로 쓰고 읽는 백수
2023/12/20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하는 검사를 하고 결과를 보러 간 날, 지난 3년간 “지금처럼만 하입시더”하면서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던 의사가 하지 않던 질문을 했다. 
“혹시 갈비뼈 부러진 적 있나요?”
“아뇨.”
“어디 부딪힌 적은 없었나요?”
“없었는데요.”
지난 주에 찍었던 CT에 갈비뼈 골절이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주치의가 “혹시 골프 치면서 가슴 아픈 적 없었나요?” 했는데, 아뿔싸! 있고 말고.
지난 여름쯤, 암 진단을 받고 나서 수술하고 항암하느라 걷기 운동만 살살 하고 있던 나에게 지인이 골프를 치자고 권유해왔다. 이제, 지금쯤은 골프를 쳐도 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내 체력을 몇 번이고 가늠해 보면서 쳐도 될까 안될까를 고민하는데 스크린 골프라도 치자고 했다. 
녹이 슬어가는 골프채를 꺼내서 먼지를 닦고 신발을 꺼내보니 밑창이 삭아 있길래 인터넷으로 골프 신발을 주문하고 드디어 스크린 골프장으로 갔다. 갔는데 거기서 나는 와장창창 깨졌다. 150km는 가볍게 넘나들던 드라이버는 130km에서 멈추었고 모든 아이언은 80km 정도의 동일한 거리를 내고 있었다. 그날 나는 30개 정도를 오버했다. 언더도 치던 실력이었는데 30개라니.
   
몇 번 더 30개 정도를 오버해서 판판이 깨지던 나는 회심의 전략으로 골프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며칠만에 드라이버는 다시 160km를 넘어가고, 프로는 근래 들어 가장 보람있는 레슨이라고 나를 치켜 세웠는데 어느 날, 왼쪽 가슴이 몹시 아팠다. 기침도 못하겠고, 돌아눕지도 못하겠고, 움직이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숨쉬기도 힘들었다. 몹시 아프다고 했더니 골프를 치는 주변 사람들은 무슨 엄살이 그리도 심하냐는 표정으로 골프를 치다 보면 가슴에 담 결리는 것은 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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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써 온 책으로는 시집 <무간을 건너다>, <나무는 기다린다> 등과 미학에세이 <사물의 무늬>, 문학기행집 <시간의 황야를 찾아서>, 시골 생활을 쓴 에세이 <곡란골 일기>, 대구의 인문을 다룬 <4인4색, 대구의 인문>(공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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