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에 대해 글 쓰면 이런 댓글 꼭 있습니다

구황작물
구황작물 · 실패가 일상인 비건 지향인
2024/03/27
나는 주변머리도, 눈치도 없는 아이였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쓰기 시작한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가방을 6학년 때까지 메고 다닐 정도. 가로가 긴 직사각형, 초인종처럼 꾹 누르면 위로 툭 튀어 올라가는 버클이 정면에 달린 그것을 말이다. 실내화 가방은 한술 더 떠 유치원 이름이 크게 적혀 있었다.

동네 어른들이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어린이라며 입 모아 칭찬할 때 뭔가 눈치를 챘어야 하건만, 그저 좋은 말이겠거니 하고 흘려 넘겼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하게 지내던 짝꿍이 머뭇거리면서도 매우 진지하게 내게 물어왔을 때, 나는 세상이 흔들리는 충격을 받았다.

"저기... 너는 왜 아직도 그 가방을 메고 다니는 거야? 난 네가 이상한 아이이거나 집이 많이 어려운 줄 알았어. 그런데 너 그렇지 않잖아. 왜 그런 거야?"

나는 그저 가방이 구멍 나거나 망가지지 않았고 어제도 멨으니 오늘 또 멘 것뿐,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 가방에 남다른 애착이나 사연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이게 그렇게 이상한 거냐고 소심하게 반문하자, 친구는 말했다. 다른 애들 가방을 좀 보라고. 너와 같은 건 하나도 없다고.

나만 '이상한 사람'이었던 걸까

그날부터 며칠간 전교생의 가방만 보고 다녔는데, 정말이었다. 꾹 누르면 툭 튀어 나가는 버클에,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네모반듯한 가방을 메는 고학년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다 비슷한 가방을 메고 있었는데, 어느새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스포츠 브랜드의 말랑한 배낭들이었다.

더 놀라웠던 것은 우리 집에서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중학교에 다니는 언니는 이미 가방 여러 개를 두고 기분에 따라 바꿔 쓰고 있었는데, 그중 직각의 캐릭터 가방 같은 건 없었다. 심지어 두 살 어린 남동생마저도.

내가 아는 엄마는 늘 알뜰했고 아무리 저렴한 것이라 해도 허투루 돈을 내주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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