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완사회 - (1) 소비자 보호의 상업윤리

오용재 인증된 계정 · 통계물리 전공 대학원생
2023/09/21
최근에 '수완사회'라는 키워드로 한국 사회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을 해 보고 있다.

나는 한국 사회에서 시스템의 가치가 다소간에 낮게 평가되거나, 혹은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더라도 실제로는 작동을 못 하고 유명무실화되어 있는 상황이 많다고 생각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수완'을 검색해 보면 '일을 꾸미거나 치러 나가는 재간'이라고 해설되어 있다. 위와 같이 시스템이 부재한 영역에서, 이러한 인간적인 '수완'이 여전히 고평가되며 또한 실제로도 무척 중요한 면이 많은 듯하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보면 한국은 이런 '수완사회'의 면모가 비교적 덜한 사회일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매일 보고 듣고 생활하는 나라에 대해 굳이 다른 나라와의 상대적 비교를 하지 않고 그 자체로 이야기해 보는 것이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다. 또한, 잘 작동하는 시스템 뒤에도 사실은 언제나 '사람'들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잘 작동하는 시스템 뒤에 사람이 있음을 인지하는 것과,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영역에서 개인과 개인이 직접 충돌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이러한 '수완사회'의 단면으로 첫 번째로 다룰 주제는 바로 상업이다. 나는 정해진 금액을 내면 정해진 물건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기본적인 믿음이 현대 상업사회에서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큰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즈음은 이러한 기본적인 상업윤리(?)에 대한 신뢰를 잃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는 다름이 아니라 여러 업종들에서 암묵적으로 돈을 추가로 받거나, 고객들한테 단순히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정성들인 편지 내지는 선물을 받는 것, 혹은 공간에서 지켜야 하는 행동과 관련된 과도한 규칙들을 관행처럼 만들어 둔다는 이야기가 주변에서 많이 들려서 그렇다.

특히 (1) 젊은 사람들이 운영하며 콘셉트가 선명한 소규모의 공간 (식당, 카페 등) 이나, (2) 이사, 미용, 웨딩, 촬영 및 각종 이벤트 관련 업계 쪽에서 그런 현상들이 많은 것 같다.

(1)의 경우 한때 꽤 화제였던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통계물리학 이론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입니다. 전공 내용 외에는 과학 및 기술매체의 인문학적 비평, 합리성의 상호주관적 정초 등에 관심이 있습니다.
8
팔로워 47
팔로잉 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