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만 재처럼

퇴치1
퇴치1 · 주로 애니메이션
2023/05/01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리뷰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마리안느'는 화가다. 현재 바다 너머 저택에 머물고 있다. 결혼을 기피하는 귀족 여인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그려야 하기 때문이다. 마리안느 전에도 초상화가가 왔었다. 하지만 엘로이즈가 거부한 탓에 그림을 완성하지 못한 전적이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 발탁된 게 마리안느다. 그녀는 엘로이즈의 산책 친구라는 명목으로 저택에 온 것인 양 꾸민다. 위장은 통했나 보다. 함께 산책하며 까칠한 귀족 아가씨를 남몰래 화폭에 담는 데 성공한다. 그래도 부족한 점은 있게 마련이다. 마리안느는 늘 앞서가는 엘로이즈를 온전히 보고자 보폭을 맞추고, 말을 붙이기 시작한다.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설까. 마리안느, 그리고 엘로이즈는 서로에게 매료되기 시작한다. 
 
셀린 시아마 감독의 2019년 작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한 편의 고딕 소설 같다. 고딕 소설을 거칠게 정의하자면, 고딕풍 (복고) 건축 양식이 유행한 18~19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음산한 이야기, 정도가 되겠다. 그러나 간혹 '18~19세기 유럽 배경' 혹은 '음산한'을 빠트리고 고딕을 논하는 경우가 있다. 경우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올바른 구분은 아니다. 둘 중 하나가 빠진 상태로 고딕은 성립할 수 없다. '음산한'의 기본 전제가 '18~19세기 유럽 배경'이기 때문이다. 이성에 대한 추존이 도리어 그밖에 것들을 비이성과 광기로 명명했던, 근대 초입의 모순과 불안을 가득 머금은 그 시대 말이다. '고딕'이란 명칭이 함유하는 바가 있기도 하지만, 대개의 공포 장르가 시대적-정치적 수사를 함의한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둘은 불가분의 관계일 수밖에 없다. 그런고로 시대의 암흑이(을) 배태한 장르가 바로 고딕 소설이다. 그 안엔 당연히 여성도 포함된다. 
 

흐린 기억 속의 그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엔 조금 이상한 순간들이 있다. 이를테면 신과 신 사이 연결이 지나치게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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