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많이 버시고 건강하세요

김바리
김바리 · 읽고 쓰고 달리는 사람.
2024/04/18
21년 11월호 특집이었나봅니다. 일본의 <BRUTUS>(브루타스)라는 라이프스타일 잡지에 무라카미 하루키 특별호가 상, 하 두 권으로 나뉘어 발간되었습니다. 덕분에 최근 그의 모교인 게이오 대학에  그의 이름을 딴 세련된 도서관이 생겼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요. 도서관 내부 계단에 서서 한쪽 벽에 살며시 기대어 책을 펼치고 서있는 아담한 중년의 남성, 무라카미 하루키가 잡지의 표지 모델입니다 (어쩌면 노년의 남성일지도 모릅니다. 1949년 생으로 올해로 72세니까요).

지금 제 식탁 위에는 잡지 세 권이 놓여있습니다. 한 권은 두 권을 사러 갔다가 도저히 이끌림에 못 이겨 충동구매해버린 클래식 특집호 (물론 이것도 브루타스의 잡지입니다만), 그리고 나머지 두 권은 하루키 특집의 월간지 상, 하권. 보고만 있어도 배부르다는 게 이런 걸까요. 보통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밥 먹을 때 이런 말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저는 지금 하루키의 잡지 두 권을 내려다보며 (감히)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엄청 불타는 사랑이라기보다 차츰차츰 스며들어 익숙한 애정이 되는 그런 우정 같은 사랑을 아시나요. 저에게 하루키는 그러한 존재입니다. 처음 시작은 분명 대학 시절, 도서관 사서로 아르바이트를 할 당시 반납한 책의 제목을 눈여겨보던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상실의 시대>, <노르웨이의 숲>과 같은, 읽지도 않았는데 보고 들은 게 많아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일본 작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기억에 남는 경험이라면 신입시절 받았던 부장님의 생일 축하 메일입니다. 팀원의 생일마다 그 팀원과 생일이 같은 유명인을 위키피디아에서 찾아서는 유명인과 같은 날에 태어남을 축하해주시던 부장님은 제 생일 첫 줄에 '무라카미 하루키와 생일이 같은 바리 씨, 생일 축하합니다.'라고 글을 시작하셨습니다. 그 뒤에 내용은 딱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 유독 이 문장이 기억에 남는 것은 아마 추후 그의 존재(부장님이 아니라 하루키)가 제 인생에 있어 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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