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2024/11/22
여러 방법 중에서도 핵심은 '평소'입니다. 글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생각들을 평소에 무엇이든 쌓아놓는 것이 중요해요. 갑자기 영감이 미친 듯이 떠올라서 글을 쓰는 모습은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장면입니다. 잘하면 10장 정도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갈 수는 있겠지만, 300페이지의 글을 쓰는 것은 불가능해요. 내가 언젠가 무언가를 만든다면 그것이 무엇이 될지, 아주 어렴풋한 실마리라도 떠오른다면 꼭 적어두세요. 그것이 답이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그 생각을 반복하고, 그것을 쌓아두는 것이 중요해요.
유병욱 <인생의 해상도> 中
이번주의 '아주 어렴풋한 실마리'.
4명
2024년 11월 18일(화) 오후 3시. 2층 회의실.
회의실 안에는 큰 탁자가 놓여 있습니다.
박사님 1명, 차장님 1명, 직속상관인 대리님 1명, 그리고 저까지.
총 4명이 서로 마주 앉았습니다.
모두 자리에 앉고, 살 떨리는 회의가 시작됩니다.
박사님이 먼저 입을 뗍니다.
알다시피, 이제 계약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permanent한 job(정규직)을 구하고 있나?
목에 생선 가시가 걸린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요즘 permanent한 job이 얼마나 적은지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비정규직 146만 명 중에 1명이라고, 그나마도 이 1명이 되기 위해 무수한 지원자를 짓밟고 올라왔다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충 둘러댔습니다.
"계약 기간이 2달도 남지 않은 것을 알고 있다"고,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전문가 양성/공공외교라는 연구원 목표를 고려했을 때, 제 일이 기여하는 바를 잘 알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이후로도 이어진 이른바 '직무적합성 평가를 위한 면담'은 생선 가시를 넘어 목을 조르는 지경이었습니다.
"일은 재밌어요?"
"아... 재미.. 보다는..."
"... 알겠어요."
"저.. 박사님.. 열심히.. 했습니다"
"...... 네?"
"저, 열심히 했습니다. 그동안."
"... 알아요."
어느 작가가 말했던가요. '최초의 시는 가장 막다른 곳에서 지르는 비명'이라고.
3명
2024년 11월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