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축구팀의 과거와 게레로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06/17
출범 후 세 번째 경기를 가졌지만 아직 클린스만 호는 1승을 거두지 못했다. 페루와의 평가전에서 한국팀은 1대 0으로 패했다. 어느 종목이든 페루 선수들은 그 유니폼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사선의 띠가  둘러진 독특한 디자인은 페루 선수들의 오랜 전통이었다. 오늘 평가전에서도 페루 선수들은 열심히 뛰어 주었고, 한국팀의 수비를 종종 편안하게(?) 뚫어내는 기량을 과시했다. 재미있는 경기였다. 그러다보니 페루 선수들의 과거를 한 번 돌아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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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페루는 초대 우루과이 월드컵 대회 때부터 출전했던 나름 관록의 팀이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는 페루는 8강전에서 당시 유력한 우승 후보인 오스트리아를 만났다. 2대 0으로 리드당하던 페루팀은 후반 스퍼트를 펼치면서 2대 2동점을 만들고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이 연장전에서 페루팀은 무슨 조화인지 신들린 플레이를 펼치며 다섯 골을 집어넣었다. 심판이 또 기이한 조화를 부려 3골을 무효로 선언했지만 그래도 4대2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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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화는 남아 있었다.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은 페루 관중들이 그라운드에 뛰어든 것을 빌미로 경기 무효와 재경기가 선언된 것이다. 나치 독일로서는 잉카의 후예 ‘따위’가 아리안족 형제국 오스트리아를 꺾는 것이 기분 나빴을 것이다. 페루는 이 결정에 반발해 재경기에 응하지 않고 철수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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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페루 축구는 그리 빛을 보지 못했다. 남미에서는 웬만큼 공 좀 차는 나라였음에도 월드컵 문전에도 가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러던 중 1970년 페루는 ‘프리킥의 달인’ 테오빌로 쿠비아스 등을 내세워 멕시코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다. 1930년 첫 대회에 참가한 이래 40년만의 본선 무대였다. 페루 국민들은 열광했고, 선수들의 각오도 대단했다. 축구 황제 펠레로부터 다크호스로 지목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 페루팀에, 아니 페루에 비극이 덮쳤다. 
멕시코 월드컵 개막 당일 어마어마한 대지진이 페루를 뒤흔들었다. 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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