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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Min · 경제, 역사
2021/12/07
이 말은 틀렸다. 그러니까 세탁기, 피임 기구 같은 ‘여성을 위한’ 과학의 도구가 발명되지 않은 사회에서의 가사노동, 출산·육아에서의 불평등은 사회마다 다른 양상을 보인다. ..... 과학·기술이 발전하지 못하면 여성은 여전히 가사노동과 출산·육아에서 고통 받아도 된다고 말하는 거다. 

우선 기술발전수준과 무관하게 '여성의 법적, 사회적 지위'가 사회마다 상이한 양상을 보이는 건 맞는데, 그렇다고 해서 '가사노동, 출산·육아에서의 불평등'에 큰 차이가 있었는가?

그건 아니죠

여성의 사회적, 법적 지위와 님이 '가사노동, 출산·육아에서의 불평등'이라고 부르는 '성별노동분업'은 엄밀히 말해서 별개의 문제입니다.

중세 이슬람 문명이 한창 번성기를 구가한 8세기부터 몽골 침입기까지의 시기(The Islamic Golden Age)만 하더라도, 요즘과는 달리 그 당시 기준에서 이슬람은 (경제, 학문, 과학, 군사력 및 종교적 관용성을 포함해) 여성의 법적, 사회적 지위 면에서 가장 선진적 사회였습니다. 적어도 당시 유럽과 비교하면 그래요. 딸에게 상속권을 인정하고 (아들에 비해 절반 수준이긴 했지만), 여성의 재산권도 있었으며 이혼할 권리가 보장되었고 심지어 남편에게 성적 만족을 얻을 수 없는 것도 정당한 이혼 사유(이혼시 재산 분할권과 함께)로 인정한 게 이슬람 사회였죠.  반면 같은 시기 유럽에선 이런 거 암 것도 없었고 상상도 못했죠. 굉장히 큰 차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성의 가사노동 및 출산, 육아 부담과 관련해 당시 이슬람 사회와 유럽에 대차가 있었단 얘기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인데 기술 발전 수준과 무관하게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오면서 여성의 법적 지위가 오히려 크게 하락했지만, 여성의 가사노동 및 출산, 육아 부담도 덩달아 같이 큰 폭으로 악화되었단 말은 들어본 적이 없어요.

다시 강조합니다만, 여성의 사회적, 법적 지위와 님이 '가사노동, 출산·육아에서의 불평등'이라고 부르는 '성별노동분업'은 엄밀히 말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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