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와 피아노 #1] 45년간 나를 매료시킨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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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인증된 계정 ·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
2023/02/15
@ ESC 숲사이(soopsci.com)

수학과 물리학이 적나라하게, 더없이 실감나게 구현되는 채널 중 가장 매력적인 정체, 나에게 그것이란 바로 피아노다. 이것이 수리물리학 전공자인 내가 피아노를 거진 45년이란 세월에 걸쳐 놓지 못하는 이유의 핵심이라고 가정한다. 물론, 그런 매력을 45년 내내 느꼈다고 하면 (단적으로 말해 45년 전에는 '수학'이니 '물리학'이니 하는 단어를 알지 못할 뿐더러 가나다라 걸음마를 시작하던 시절이니) 거짓말이고 이는 어디까지나 그러한 일부의 실제 기간을 포함하더라도, 그저 사후적 해석이다. 참, 그런데, 아니, (피아노를) 못 놓는 게 아니라 밥벌이성 연구의 제약만 떠난다면 정말 죽고 못 살게 만들 만큼 미치는 게 바로 피아노다. 순수한 수학으로서, 순수한 과학으로서, 그리고 순수한 즐길 거리로서. 

무엇보다 투명하고 솔직하고 중립적이다. 연주자의 의도와 동작과 반응을 있는 그대로 고스란히 받아내어 어떤 음악이라는 결정체의 사운드를 좋든 나쁘든 가감없이 그대로 만들어 우리 귀에 들어오게 한다. 그것이 피아노다. 물론 좋은 피아노일수록 더욱 정교하고 예민하게 그런 기능을 한다. 다만, 다른 악기를 잘 몰라서 피아노가 이런 면에서 최고라고 하는 건 객관성이 떨어질지도 모르겠지만, 단일 악기로서는 acoustics와 harmonics가 복잡다단하기로는 짝이 없을 터라, 완전히 감각의 오류에만 기인한 관점은 아님도 확신한다. 

소리를 내도록 지시한 정보의 집합체인 악보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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