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는 반유대주의 극우정치인이던 내가 이세계에서는 유대인?! | <조용히 하라> (강남규)

토론의 즐거움
토론의 즐거움 · '즐거운 토론'을 지향합니다.
2023/02/03
필자 : 강남규 (『지금은 없는 시민』 저자, 토론의 즐거움 멤버)

<조용히 하라(Keep Quiet)>, 놀라운 다큐멘터리. 한 남성과 한 여성이 기차역에서 '아우슈비츠행' 기차표를 끊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둘의 사이는 어색해 보인다. 여성의 손목엔 문신이 새겨져 있다. 아우슈비츠 생존자의 표식이다. 잠시 남성과 홀로코스트의 정당성을 두고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남성은 유대인에게도 문제가 있었다는 논조를 펼친다. 여성은 곧 질려버려 입을 닫는다.

그리고 과거 시점의 푸티지들로 돌아간다. 주인공은 세게디 처나드, 앞서 기차표를 끊은 헝가리 국적의 남성이다. 그의 나레이션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자신이 어떻게 반유대주의자가 됐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그 신념을 확산하기 위해 정치에 뛰어들었다는 이야기도. 그렇다. 그는 정치인이(었)다. 그가 2003년 즈음 함께 창당한 정당의 이름은 요빅당, 반유대주의에 기초한 극우주의로 무장한 정당이다.

처나드는 이 당에서도 2인자(부총재)의 자리까지 올라갔던 사람이다. 그가 2인자까지 올라간 계기가 치명적이다. 그는 단지 정당 활동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느껴 일종의 사병집단인 '헝가리 호위대'를 창시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헝가리 호위대는 나치의 철십자 표식과 유사한 표식을 달고 민간인들을 위협하는 행동들을 해대는 조직이다. 이것이 상당한 효과를 내서 요빅당은 단숨에 주류 정당이 된 것이다. 이러한 기반을 바탕으로 처나드는 유럽의회 의원직까지 당선되어, 유럽의회에서 반유대주의를 설파하기까지 한다.
출처 : Na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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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규(<지금은 없는 시민> 저자), 박권일(<한국의 능력주의> 저자), 신혜림(씨리얼 PD), 이재훈(한겨레신문사 기자), 장혜영(국회의원), 정주식(전 직썰 편집장)이 모여 만든 토론 모임입니다. 협업으로서의 토론을 지향합니다. 칼럼도 씁니다. 온갖 얘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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