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학교 이야기 ④ 라켈과 조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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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1
(이미지 출처: Paul from Pixabay)

그렇게 학교를 나온 멜라니는 그동안 뭘 하면서 지냈을까?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일하면서 뉴욕시에 있는 지역의 작은 칼리지에서 파트타임으로 수업을 듣다가 돈이 떨어지거나 너무 피곤하면 몇 학기를 쉬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삶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생각하면서.

멜라니는 포시 장학금과 미들베리 칼리지 입학에 실패한 후 다른 사립 대학교에 전혀 지원하지 않은 것을 한탄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 모든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도 자신이 고등학교를 뛰쳐나오지 않았으면 가령 뉴욕시립대(CUNY)에서 무료로 수업을 들을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완전히 떨쳐내기는 힘든 듯했다.

만약 멜라니가 그렇게 모든 기회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아니, 멜라니가 포시 장학금을 받고 좋은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이미 일어난 일에 이런 가정은 별 의미가 없지만, 포시 장학금을 받는 아이들이 멜라니와 비슷한 처지에 있던 아이들이기 때문에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조피월트 기자는 조너선 곤잘레스(Jonathan Gonzales)라는 학생을 찾아냈다. 멜라니가 학교를 떠난 이듬해 멜라니가 그렇게도 원하던 포시 장학금을 받은 남학생이다. 멜라니와 같은 동네에서 자랐고, 멜라니처럼 필드스톤 고등학교와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것도 똑같은데, 단지 멜라니와 달리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입학했다는 사실만 다르다.

그렇다면 조너선은 멜라니가 꿈꾸던 대학생활을 했을까?

라켈과 조너선

조너선의 대학생활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조너선이 어떤 학생이었는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조피월트 기자를 만난 조너선은 "저는 대학교에 진학하려는 의지가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똑똑하고 대학 진학을 간절히 원하던 멜라니는 실패한 장학금을 받은 학생의 말치고는 너무나 어이가 없지만 조너선의 사연도 간단하지는 않다.

조너선은 브롱스의 가난한 동네에서 자란 전형적인 학생이었다. 그가 생각하는 미래는 주말 아침에도 일하러 가는 청소부였다. 바닥을 닦고, 천장의 팬의 먼지를 제거하고, 접시를 닦고 아무 일이나 닥치는 대로 하는 삶은 조너선 주변에 익숙했다. 한국에서도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동아시아의 문화에서 부모는 자신이 막노동을 해도 자식만은 대학에 보낸다는 내러티브가 일반적이다. 미국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가난한 집의 부모들, 특히 친척 중에 대학교에 진학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집의 부모들이 대학에 진학하려는 아이들에게 "너 같은 애가 무슨 대학이냐? 고등학교 졸업하면 취직해서 돈이나 벌어야지"라고 말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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