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생존을 축하합니다 : 친족성폭력생존자를 위한 신체심리치료 <생존자랑댄스> (下편)

산성비
산성비 · 세상에 굳어진 차별을 녹이다.
2023/06/11
오늘의 모든 것은 우리가 누려 마땅한 것들
 5월 20일 세 번째 토요일이 왔다. 우리는 다시 첫 번째 만남의 장소였던 대학로 예술청에 모였다. 하윤의 진행으로 약속문 만들기가 먼저 시작됐다. 앞으로 함께 할 3개월의 여정, 서로의 안전과 권리를 위해 우리는 경계를 다듬어야 했다. 이전 시간에 스태프가 만든 약속문 예시를 공유하고 수정 보완하거나 추가할 것이 없는지 생각해오시라 요청 드렸다. 빔으로 약속문 화면을 띄우고 문항 하나하나 고심하며 단어를 골랐다. 기존의 여성단체에서는 기관에서 미리 작성한 약속문을 함께 읽는 것이 보통이다. 생존자들과 함께 약속문을 만드는 이 20여 분간의 역동은 소중한 것이었다.
 다음으로 지안이 기록촬영작업에 대한 안내를 이어갔다. <생존자랑댄스>를 지원하는 한국여성재단에 사업증빙자료로도 필요한 것이지만 공폐단단의 내부기록으로서 또 먼 미래에는 더 발전된 형태의 영상물 제작을 꿈꿔볼 수도 있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자칫 이 기록 작업이 카메라의 존재 때문에 치유작업에 집중하기 어렵게 하는 등 생존자들의 자유와 권리를 방해할까 염려되었다. 이미 여러 차례 안내가 이뤄졌지만 생존자들의 의견이 중요했다. 생존자 전원은 촬영을 원치 않았다. 이야기나 목소리 출연도 어렵다고들 했다. 그러나 ‘너에게 가는 길’ 변규리 감독님이 연대의 의미로 이 작업을 맡으셨다는 이야기를 전했을 때, 분위기는 달라졌다. 목소리 대역이 가...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