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학술지 논문 준비하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원고에도 슬쩍 인용 한번 달아뒀었던 흥미로운 논문 하나.

Zoodsma, M., & Schaafsma, J. (2022). Examining the 'age of apology': Insights from the Political Apology database. Journal of peace research, 59(3), 436-448.

서구 연구자들은 전쟁범죄나 인권 탄압, 대량학살 등의 역사적 불의(historical injustice)에 대해 정부 지도자들이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것을 꽤 오래 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봐 왔습니다. 그런데 90년대 이후로 사회 현상으로서의 사과가 점점 빈번해지자, 이제 연구자들은 아예 '사과의 시대'(age of apology)라고까지 부르면서 사과의 폭증을 흥미로워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그럴까요? 사과가 지구 한켠에서만 유달리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찻잔 속 태풍인 것은 아닐까요?

이 논문이 알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사과의 시대' 의 실체를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형태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물론 단순한 기술통계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보더라도 영어만 할 줄 안다면 막히는 부분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수포자들 기죽게 만드는 복잡한 통계분석 같은 것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심지어 선행문헌 검토를 한답시고 현란한 이론적 논의 같은 것을 전개하지도 않으니 교양 있는 일반인이라면 실제로 얼마든지 독파할 수 있는 논문인 셈입니다.

헌데 한국인 입장에서는 이 논문 속에 눈에 확 들어오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자라고 교육받는 동안에 우리가 그렇게나 믿어 의심치 않았던 어떤 '상식' 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숫자가 떡하니 적혀 있는 것입니다. 일단 논문 속의 자료를 하나 보여드리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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