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레터' 그 감독, 말 못하는 가수의 사연을 말하다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11/19
실제 모습과 대중적 인식에 큰 차이가 있는 이가 있다. 특출난 한 작품으로 기억되는, 소위 '원 히트 원더(one hit wonder)' 들에게 흔히 발견되는 현상이다. 대성공을 거둔 작품이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세계와 다소 결을 달리하는 경우, 대중에게 인식된 이미지와 작가의 실제모습이 대중들에게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간극을 빚어내곤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중 하나로 꼽히는 이와이 슌지도 그런 경우라 하겠다. 한국에선 일본에서보다, 혹은 일본에서와는 좀 다른 이유로 명성이 높은 그다. 한국에서 슌지의 명성은 단 한 작품, <러브 레터>에 빚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멜로를 대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이 작품은 어찌나 유명했는지 수차례 재개봉은 물론, CF며 여러 콘텐츠에서 오마주 및 패러디될 만큼 관심을 받았다. 하얀 눈 쌓인 설원에서 주인공이 외치는 명대사 "오겡끼 데스까, 와따시와 겡끼데쓰. (잘 지내고 계시나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는 일본어를 할 줄 모르는 이도 외고 있을 만큼 유명한 문장이 되었다. 영화 촬영지인 홋카이도는 그로부터 지금까지 한국인이 꾸준히 찾는 인기 관광지로 자리했다.
 
▲ 키리에의 노래 포스터 ⓒ 이화배컴퍼니

<러브 레터>로 기억되는 감독의 신작

<러브 레터>가 이토록 한국인에게 특별한 감상을 자아내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는 1998년 한국과 일본이 오랜 국교단절을 끝내고 관계 정상화를 했다는 점이다. 1995년 작인 이 영화는 일본문화가 개방된 직후 한국에 상영돼 암암리에만 전해지던 일본문화에 대한 갈증을 단박에 풀어주었다. 오랜 갈증 뒤 들이켠 음료수 한 잔의 맛을 잊지 못하듯 그 시절 일본 문화의 인상이 대단한 감상을 남긴 것도 우연은 아닐 테다.

아련한 첫사랑, 떠나간 사람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여인의 지고지순한 마음 또한 당시 한국의 정서와 맞아떨어지는 대목이 있는 것이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이야기 구조부터 낯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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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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