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 대출사기 피해자가 준 ‘루이비통’ 종이가방 안에는…[사채왕과 새마을금고 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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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2
그가 첫 만남 장소로 정한 곳은 방앗간이었다. 웬 방앗간? 내비게이션으로 검색하니 충북 청주시 외곽에 분명 존재했다.

‘서울 시청역에서 충북 청주시 황미방앗간까지 약 1시간 50분.’

벚꽃이 한창이던 4월 초 늦은 오후, ‘사채왕’ 김상욱에게 당한 대출사기 피해자를 만나기 위해 차에 시동을 걸었다. 지체하면 퇴근시간과 겹쳐 도로가 꽉 막힐 게 뻔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허기가 점점 커졌다. 머릿속 의문도 부풀어 올랐다.

‘김상욱에게 약 7억 원이나 털린 김창숙(가명, 1960년생) 씨는 캄캄한 저녁에 왜 방앗간에서 보자는 걸까? 무슨 사연이라도 있나?’

김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방앗간 말고 식당에서 뵈면 어떨까요? 밥은 제가 사겠습니다!”
“황미방앗간이 밥집이에요. 식당 이름이 그래요. 그런 것도 모르고 서울서 출발하셨어요?”

타박 아닌 타박에 말문이 막혔다. 김창숙 씨의 목소리가 그 공백을 메웠다.

“전주식당이 전주에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체인점 고래식당은 고래들이 밥 먹는 덴가요? (웃음) 아니 그 방앗간을 진짜 방앗간으로 알면 어떡해요? 아이고 웃겨라. 하하하.”

웃음 섞인 허스키한 목소리가 높은 톤으로 두서없이 이어졌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의 말 치고는 너무 허물없고 편안했다. 여러 지명과 식당 이름이 계속 튀어 나왔다. “곧 뵙겠다”는 말로 겨우 그의 이야기를 끊었다. 잠시 머리가 멍했다.

황미방앗간 주차장에 도착하자 챙이 큰 분홍색 모자를 쓰고 긴 원피스 치마를 입은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오른손엔 초록색 손가방을, 왼손엔 주황색 ‘루이비통’ 종이가방을 들고 있었다. 김창숙 씨였다.
챙이 큰 분홍색 모자를 쓰고 긴 원피스 치마를 입은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김창숙 씨였다. ⓒ셜록
황미방앗간은 청국장 전문점이었다. 족히 100평은 될 듯한 식당의 주방 쪽엔 추가 반찬과 보리밥을 내놓은 셀프 바(self bar)가 있었다. 김 씨는 자리를 잡자마자 모자를 벗지도 않고 셀프 바 쪽으로 가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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