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편지58] 박새 엄마의 아홉 남매
2024/05/16
나는 행복한 엄마입니다.
올 봄에 아홉 남매가 태어났습니다. 아직 눈도 제대로 못 뜬 아가들은 옹기종기 모여 엄마를 기다립니다. 엄마가 먹여주고 보듬어 주기를 바라는 아가들입니다. 엄마를 향하여 작은 입을 열고 있는 무구한 목숨들, 작고 여리고 고운 존재들이 나의 새끼들입니다.
올해는 운이 좋았습니다. 두 여자가 (세연엄마와 현수 님이라고 하더군요. 나중에 서로 부르는 것을 듣고 알았습니다.) 나에게 맞춤한 집을 달아주었습니다. 나무에 단단히 매달린 나의 집에 부드러운 마른 풀들을 모아 깔았습니다. 그 곳에서 나는 아홉 남매를 낳았습니다. 나는 아가들을 잘 먹이고 돌봐야 하는 엄마입니다.
우리집 옆에는 커다란 나무 더미가 쌓여 있습니다. 한겨울이 지나자 이곳 샛강의 사람들이 숲 여기저기에 나무더미를 쌓았습니다. 썩은 나무와 부러진 가지들을 모아 둥그런 탑처럼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해가 나고 또 비가 내리기를 반복하는 사이, 나무더미는 늙은이처럼 서서히 숨을 몰아쉬는 것 같았습니다. 썩고 부러진 나무의 잔재들은 죽은 생명이 아니었습니다. 그 안에도 숨이 살아있고, 우주가 있었습니다. 우리 아가들을 먹일 수 있는 벌레들이 어둑한 나무더미 아래 살금살금 살고 있었습니다.
강의 생태를 가꾸고 강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에서 일합니다. 읽고 쓰는 삶을 살며,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숲을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