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끝에 드러난 절벽, 나는 뛰어내리기를 선택했다.

루마
루마 · 사회언어학자
2024/01/30
늦여름에 시작된 포렌식의 결과만을 기다리며 근근이 버티던 2022년 가을과 겨울.
'뭐라도 흔적이 나오겠지. 그도 아니라면 다른 용의자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든지.'
그러면서 피의자의 SNS나 공통 지인들이 전해오는 소식 등을 종합해 조금이라도 단서가 될 만한 것이 발견되면 수사관에게 전달했다. 그때마다 수사관이 하던 말,

"피해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기다려 달라."

하지만 한두 달이 지나자 점차 이런 답장조차 오지 않게 되었고, 그 침묵 속에 나는 천천히 시들어 가면서도 실낱 같은 희망을 붙들고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암흑 같았던 몇 달의 시간이 흐르고, 경찰은 마침내 침묵을 깼다.

2023년 1월 24일,
고소장 접수 6개월, 체포와 압수수색이 이루어지고 곧이어 피의자가 석방된 지 5개월 만에 내려진, 불송치(혐의없음) 처분.
2023.01.24. 아침 7시 반, 문자 한 통이 날아 들어왔다.
길고 긴 암흑 끝에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바닥이 보이지 않는 절벽이었다.

반 년을 기다린 피해자들에게, 전화 한 통 줄 여유조차 수사관들에게는 없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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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 피해경험자로서, 가해자 처벌과 법/제도/인식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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