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와 피아노 #18. From 피아니스트 AI to AI 피아니스트

ESC
ESC 인증된 계정 ·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
2024/04/11
< @Around the Music Festival >
아무래도 기계를 닮은 연주라는 평이 많아서인지, AI 피아니스트가 완성된다면 가장 가까운 모습이 그러할까? 기계를 닮았다 함은 그만큼 객관적이거나 중립적이고 정확한 스타일을 두고 하는 말이지, 음악적이 아니라거나 노래가 없다거나 하는 말은 또 아니다. 현존 AI를 대변하는 언어 모델이 감정이나 정서를(실제로 느끼지는 못하면서) 전달하지 못하는 건 아니듯이, 연주자의 음악적 개성이 전혀 없더라도, 기본적인 작품성에 충실하다면 어느 정도의 음악은 자연스럽게 살아나기 마련이기도 하다. 그만큼 작품들 자체가 위대한 셈이다.

1942년 1월 5일 밀라노 태생, 마우리치오 폴리니(Maurizio Pollini), 현대 피아니즘의 표준을 정립한 대피아니스트이자 거장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한다. 최근, 지휘자나 피아니스트치고는 장수를 누리지는 못한 82세를 일기로 저 하늘로 떠났기에, 영면을 기원하며 우리에게 남긴 유산 속에서 교차하는 허전함과 풍성함을 공유하고자 이번 꼭지의 주인공으로 모셨다.

어쩌면 ‘표준’이라는 표현은 예술에서 아주 어색할지 모르지만 그만큼 뚜렷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이야기다. 그냥 표준이라기엔 어쩐지 허전하고, gold standard라고 하면 조금 더 나을까 싶다. 그만큼 모든 현대 피아니스트의, 심지어는 평론가들의 벤치마크 자체다. 폴리니가 전하는 악보라는 텍스트는, 모 평론가의 표현에 따르면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그 텍스처가 선명해진다. 흔히 악보에 X-ray를 쏜 듯한 연주에 비하기도 한다. 신의 경지에 이른 폴리니 연주의 완벽함과 정밀함은 단번에 충격과 공포로 이어진다. 이전 어느 글에서, 루체른에서 열린 폴리니 리사이틀의 현장을 10년도 더 지난 그 시절에 인증하는 티킷 이미지를 올리면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했는데, 그런 설명은 사족일 만큼 말도 안 되게 큰 거목이다. 당시에 이미 건강이 우려스러운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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