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의 기억과 우리의 숙제
5.18을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다. 5.18이 민주화운동으로 복권되고 국가적 기념일로 지정되고 희생자들이 국가유공자로 존중되고 학살 책임자들이 법정에 서면서 이제 5.18의 한은 어느 정도 풀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며 내가 아는 5.18은 빙산의 일각이었고, 우리가 풀어야 숙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역사의 진실이든, 개인의 진실이든 아픈 과거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사건 모두가 사실이라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피하고 싶은 아픔이 아니라 더 다가서고, 더 느끼고 싶은 종류의 아픔이었다. 개인이든 사회든 이런 아픔과 고통을 딛지 않고는 극복이나 발전은 없을 것임은 분명하다.
소설을 읽으며 위로받고 치유 받아야 할 분들이 거꾸로 투쟁의 선봉에 서도록 밀려가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이 자꾸 겹쳐졌다. 철저한 진상 규명이라는 최소한의 요구가 이렇게 힘들다는 것은 5.18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의 하나일 것이다. 5.18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분들의 처절한 아픔과 고통이 세월호 유가족에게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15살, 중학교 3학년, 밤톨같이 깎은 머리의 ‘소년’ 동호의 이야기다. 동호보다 먼저 총에 맞아 죽은 친구 정대와 실종된 누이 정미의 이야기다. 동호와 함께 시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