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났던 학교 폭력
2023/03/02
이미 오래 전 일이 돼 버렸습니다만 방송 일을 하면서, 특히 고발 프로그램을 하면서 배신감과 분노와 허탈함의 파동을 가장 극심하게, 그리고 골고루 느꼈던 대상은 무엇이었나 하는 질문을 받으면 의외로 답은 간단합니다. ‘교육계’였습니다. 콕 찍어 말하자면 학교였죠.
무럭무럭 자라는 새싹들과 푸르러지는 동량들에게서 삶의 보람을 거두는 대다수의 선생님들께는 매우 죄송한 이야기라는 전제를 미리 깔아두겠습니다. 자꾸만 엇나가는 아이들을 감싸고, 안팎으로 상처 가득한 아이들을 끌어안느라 여념이 없는 분들께 결례가 될 수 있기에 송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응당 그러하리라 생각했던 믿음의 전복을 여러 번 목격해야 했다는 데 있었습니다.
어느 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한 아줌마가 있었습니다. 약간의 지적 장애가 있는 아주머니였습니다. 외모도 좀 험악했고 산발을 하고 다니던 이 아주머니는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험악한 욕을 퍼붓거나 심지어 칼을 들거나 파이프를 질질 끌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아주머니의 주장은 아이들이 자신을 놀리기 때문에 대응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지만 아주머니에게 피해를 보는 쪽은 어른 무서워 놀릴 줄도 모르는 저학년들이었죠.
일부 아이들이 징하게 아줌마를 놀리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취재 봉고차 앞에서 누워서 몇몇 6학년 (추정)들이 작전회의(?)를 하는 걸 들은 적도 있습니다. "네가 사이코 **년아 라고 할 때 사이코가 쫓아오면 내가 저쪽 골목에서 사이코 **년아 여기야. 라고 시선을 끌께......" 결국 내막은 복합적이었습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이 아줌마를 압도할만큼 커 버린 고학년들 중 일부가 아줌마를 끈질기게 놀려 대고, 쉽게 도망가 버리고, 판단 능력이 좀 떨어지는 아줌마는 병아리 저학년들을 독수리처럼 쫓았던 것이죠.
가장 가슴 아픈 건 그 아줌마의 딸이 그 학교를 다니고 있...
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학교가 제 역할을 했다니 놀랍군요
학교가 제 역할을 못 하는 이야기는 많이 아는데 정말 놀랍군요